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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board

검은 플라스틱 판에, 누르면 글자가 나오는 단추들이 늘어서 있는 기계 하나가, 사람을 이렇게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해 준, 후배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합니다. 2014년에도 여러 만남을 통해 늘 함께할 수 있기를, 마음을 다해 바래 봅니다.

행복한 책읽기 - 김현 (문학과 지성사, 1993)

며칠 전부터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 있어서, 그대로 옮겨본다. 작고하신 분의 허락을 구할 방법을 몰라 일단 그대로 베껴쓰고 출전을 밝힌다. 1986.9.21 천일야화에 나오는 숱한 노래들은 아라비아의 시적 수준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별이나 사랑의 시들은 특히 뛰어 나다. 그대 떠난 후 단잠을 맛보았다면, 원컨대 신이시여, 은총을 끊으시라. 그렇다, 이별한 후 한번도 나의 눈은 감겨지지 않고, 이별한 후 편안히 쉰 적도 없었네! 그대는 나의 꿈 보았는지 아, 원컨대, 밤의 꿈아 생시에 나타나거라. 그리운 것은 밤의 휴식 잠든다면, 그리운 그대 모습 꿈에 보건만 잠이 들면 꿈속에서나마 그대의 모습을 볼 터인데, 잠도 오지 않는다는 비통한 탄식은 뛰어난 호소력을 갖고 있다. "꿈길밖에 길이 없어..."라는 황진이의 시나, 한용운의 이별 노래와 맞설 만하다. 9.30 미국 영화가 자꾸만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의 지접 힘이 자신감을 일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다. 자기 나라가 좋은 나라라는 것을 선전해야만 안심이 되는 나라는 이미 그렇게 좋은 나라가 아니다. 자기 나라가 좋지 않은 나라라고 비판하는 것을 그대로 놔두고 그것을 수용하는 나라가 차라리 좋은 나라이다. 그 체제를 나는 '부정적 신학'이라는 용어를 차용하여 '부정적 체제'라고 부르고 싶다. 12.28 <전략> '미래시' 동인지 10집 <존재와 언어> (융성출판사, 1986)에는 좋은 시들이 많지 않다. 동인들의 시의 수준은 그저 그렇고, 거기에 초대된 김영태의 <눈화장>은 아름답다. 그의 시적 자질이 자유분방한 대상 묘사에 있음을 이제 확연히 알겠다. 아이 섀도를 칠한 달이 뜬 추석 대보름 눈두덩이 푸르스럼한 아니, 요즘 십대들은 엷은 자색을 눈가에 바르지 아이라인으로 근 다음 뭉개 번지도록 눈화장을 하고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