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13의 게시물 표시

For my record (부제 : Transporter)

지난 주에 술자리를 갖었던 게 3번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세 번의 술자리에서 일관되게 마지막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자리까지 있었고, 그 세 번의 술자리 모두에서 꽐라된 사람을 집까지 혹은 역까지 데려다 줬다. 다시 말해, 난 지난 주에 세 명의 꽐라를 치웠다. 세 번의 기회에서 미션을 모두 성공했으니 타율로 치면 10할이고 방어율로 치면 0.00이다. (추운 날씨와 각자의 주사를 이기고 해낸 기록이니 참으로 대견하다 못해 영광스러운 기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과 내가 친분 이외에는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음을 생각할 때 아, 내가 이렇게 착한 새끼였구나 하고 다시 한 번 깨달은 바, 이런 건 화이트 홀 저편의 하늘나라 생명책에 기록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되지만, 혹시 그딴 게 없을 지도 모르므로 일단 내 블로그에 적어 기록을 남겨 둔다. 세 명의 술꾼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둔 나에게 2월 넷째 주의 트랜스포터 상을 수여하며, 이번 주엔 내가 먼저 꽐라가 되어 내 옆에 누군가를 끼고 집까지 실려가는 역사가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end of posting.

(3)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 - 붉은 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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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붉은 여단 ( Brigate Rosse) - 헌터 X 헌터라는 만화가 있습죠. 토가시 요시히로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아직 연재 중이어서 대강의 줄거리를 말씀드릴 생각은 없구요. 찾아서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구요. 한 때 일본 주간 만화 잡지를 들었다가 놓은 유유백서의 작가가 그리고 있는 만화라는 정도만 말하고 싶구요. 만일 누군가와 곤과 키르아, 키메라 앤트, 넨 능력 따위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된다면 한 나절 정도는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만화를 읽다 보면, 환영여단 (幻影旅團) 이라는 친구들이 나옵니다.                   (각각의 이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왼쪽 상단의 이마에 십자가를 박은 친구가 리더, 클로로.) 지들끼리 돌아다니며 못된 짓 하는 놈들인데, 얘네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머리 아픈 일이니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다른 Blog들을 조금만 찾아보시면 오덕들이 개별 단원의 능력치를  리스트하고 쟤네랑 누구랑 싸우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한 덕질들을 차고 넘치게 잘 해놔서 굳이 제가 덧붙일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네요. (이 포스트는 Hunter pedia라는 site를 많이 참조 했습니다.) 나쁜 놈들인 주제에 이 만화 안에서 꽤 인기가 있는 캐릭터들이라는 것 정도만 말씀 드리죠.  제가 만화를 읽어가면서 궁금했던 건, 13명의 쌈 잘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저자는 왜 하필 " 여단 "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였는데요, (幻影旅團에서 환영은 환상할 때 '환'에 그림자 '영'을 붙여서 Ghost 혹은 Phantom이란 뜻이니 뭐 지들이 신출귀몰하다 그런 의미겠죠.) 여단은 군대용어로 대대보다 조금 크고 연대보다 조금 작은 단위를 부르는 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겨우 13명으로 여단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게 어색했거든요. wiki를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 본 결과로는, 일반적으로 사단의 하위 개념으로 연

가재걸음

칠십 넘은, 움베르토 에코 할아버지가 쓴 가재걸음이라는 책을, 고등학교때 신문 논설에 형광펜 그어 가면서 읽듯이 읽었다. 연배와 학식이 잘 어울리는 세상의 "선배"를 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 나이 칠십엔, PC방에서 바둑 두면서 나보다 하수가 대국신청을 해 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며 담배를 축낼 지, 상대방의 발컨을 비웃으며 나의 마린들로 적들의 해처리들을 조지고 있을 지 (거의 반대의 경우가 될 확률이 높다), 똥글, 뻘글로 점철된 내 블로그에서 댓글들로 키워를 뜨고 있을 지 (이건 현재로서는 거의 실현 가망성이 없다...) 모르겠다만, 바둑방에서, 배틀넷에서, 그리고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누구 한 명에게라도 "당신에게 배울 게 있군요."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연배와 학식이 잘 어울리도록 세상을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만일 세상이 제 걸음으로 가지 못하고 가재마냥 거꾸로 가고 있을 땐, 그러한 선배로서 사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고.

Aberdeen Angu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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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가블린과 드람뷔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강한 향이 나지만, 목넘김은 '너무'라고 할 정도로 부드럽다.  단맛과 쓴맛이 둘 다 강하지만 묘하게 균형을 이루어 혀 전체에 퍼지는 느낌이다. 혀끝의 느낌은 위스키인데 목 뒤로 넘어간 후 코로 넘어오는 향은 아까 바텐더가 말한 피트향과 허브향이 올라와서 묘한 느낌이다. 이런 술이 있었나?? - 이런 술이 있었나요? 이름이 뭐라구요? - Aberdeen Angus 입니다. 맘에 드시나요? - 오호... 이건 정말 맛나네요. 추운데 몸이 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 -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 강한 것 같은데도 부드럽고... 달달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쌉사름(?) 하네요... - 지금은 봄이지만 날씨는 겨울 날씨여서 더욱 잘 어울리는 술이죠. 여름에는 얼음을 한 조각만 넣어서 약간 차갑게 드시기도 하구요. 바텐더는 내가 술이 맘에 들어 한다는 게 영 좋은 모양인지 좀 전 보다  표정이 밝다. 설명하는 말의 속도도 조금은 빨라진 듯. - 아까 말씀 드린 대로 드람뷔라는 리큐르가 주된 베이스이긴 합니다만, 이 칵테일의 맛을 정하는 친구는 이 라가불린 이라는 놈입니다. - 스코틀랜드의 아일라 섬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숙성되는 놈들 중에서 강한 피트향과 여운이 긴 피니쉬로 유명한 친구입니다. 12년이 보통인 다른 몰트 위스키 친구들과는 다르게 16년 숙성이 스탠다드 제품입니다. 물론 12년 숙성으로 나오는 친구도 있는데... Cask Strength로 나오고 있어서 일반에서 그닥 선호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독립된 Distillery에서 나오는 친구이니 21년, 25년, 30년 등등의 Distiller's Edition이 나오긴 합니다... 이 아저씨가 도대체 무슨 말씀을 지껄이는 지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만, 들어보니 뭐 좋은 술이겠지...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좀 많이 앞서 나간 것 같습니다. 제가

재활

1.  2012년 6월에 다친 허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남은 2012년을 반병신 비슷하게 살아왔다. 2013년은 멀쩡한 성인으로 살고 싶어서, 회사 옆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1월 한 달을 다 보낸 오늘은, 쑤시는 팔 다리와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눈꺼풀을 정상인 허리를 향해 갈 때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서, 다가올 2월의 활기찬 허리만 생각하기로 했다. 2. 2012년 말엔, 나 외의 다른 병신 같은 놈이 존나 카리스마 있는 이상한 병신 같은 짓을 한 관계로, 그렇지 않아도 병맛인 회사 생활이 좀 더 상큼한 병맛이 되어 버렸다. 매일 출근하면 책상 뒷꼭지에서 희미하게 생선 썩은 냄새 같은 게 나는 기분이다. 이 드러운 기분에서 재활하기 위해 기타를 치고 싶은데 허리 재활 하느라 시간이 없다. 몸 재활을 위해 마음 재활을 잠시 미뤄야 하는게 슬플 따름. 3.  지하철을 탔을 때 잠깐 유리창에 비춰진 내 얼굴을 보거나, 길 가다가 건물의 유리창에 드러난 내 전신을 볼 때, 아 썅, 진심으로 못생긴 얼굴에 겁나서 고개를 돌려 버릴 때가 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이 얼굴로 장가간 건, 제가 잘 났기 때문이겠지요. 마눌에게 물어보니, 결혼식 전에 엄마가 쟤 얼굴은 A/S 안된다고 못 박으셨다면서요. 아직 이혼 안 당한건 어머님의 혜안 때문이겠지요. 4.  운동 끝나고 집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장모님이 끓여 놓고 가신 미역국이 한솥으로 있어서 룰루랄라 밥을 말아 먹었는데 내 혀가 고장났는지, 비주얼로 전혀 이상한 점이 없는 미역국의 그 맛이 참 신박하다. 40년 가까이 미역국을 먹어 왔지만 (이 문장만 따로 떼어 놓고 보니, 40년 가까이 어떤 시험에서 떨어져 온 것 같다.), 이런 상콤하기 이를 데 없어 당장 뱉어 버리고 싶은 맛은 경험하지 못했었다. 어찌된 일인지 마눌님께 여쭤보니, 장모님께서 미역국 간을 맞추실 때 국간장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