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걸음

칠십 넘은, 움베르토 에코 할아버지가 쓴 가재걸음이라는 책을, 고등학교때 신문 논설에 형광펜 그어 가면서 읽듯이 읽었다.

연배와 학식이 잘 어울리는 세상의 "선배"를 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 나이 칠십엔,

PC방에서 바둑 두면서 나보다 하수가 대국신청을 해 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며 담배를 축낼 지,
상대방의 발컨을 비웃으며 나의 마린들로 적들의 해처리들을 조지고 있을 지 (거의 반대의 경우가 될 확률이 높다),
똥글, 뻘글로 점철된 내 블로그에서 댓글들로 키워를 뜨고 있을 지 (이건 현재로서는 거의 실현 가망성이 없다...) 모르겠다만,


바둑방에서, 배틀넷에서, 그리고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누구 한 명에게라도 "당신에게 배울 게 있군요."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연배와 학식이 잘 어울리도록 세상을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만일 세상이 제 걸음으로 가지 못하고 가재마냥 거꾸로 가고 있을 땐,
그러한 선배로서 사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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