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글라스 Whisky Glass


 Whisky glass





(새해도 밝았으니 당신의 인생에 건배. 디카프리오 형님이 들고 있는 잔은 Coupe glass, 샴페인이나 칵테일에 주로 사용하는 잔이다. 어디 파티 같은 데 가서 저런 잔에 누가 술을 들고 오면 대부분 샴페인일 거다. 아마. 여기서 다룰 위스키 글라스는 아니어서 일단 패스. 다만 형님의 파지법은 잘 보자. 뻐큐 손가락과 넷째 손가락 사이에 스템을 끼고 엄지가 지지 역할을 하면서 검지는 너님을 가리키는 듯 멋만 부리고 있다. 필요하신 분은 참고하시길)



보통, 바에서 술을 주문을 하면 그 술에 맞는 잔에 알아서 내어주시는 덕에 그 술이 담겨진 잔이 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호기심 많은 손님이라면 잔 이름을 따로 물어 볼 수도 있겠지만, 처음 위스키를 접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위스키 맛도 잘 모르겠는데 잔 이름까지 신경 쓰기가 쉽지 많은 않은 일이다. 마트나 다른 경로로 위스키를 사서 마시는 사람들은 어떤 잔에 어떻게 먹어야 할 지 몰라서 막막한 적도 있을 텐데, 그래서 그런지 요즘 프로모션을 통해 나오는 위스키들은 위스키 잔을 하나씩 껴서 주기도 하더라.


잔의 종류나 이름 따위 알아서 어디에 써 먹겠냐 하겠지만, 뭐 알아둬서 또 나쁠 것도 없다. 또한 잔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당신에게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음료가 당신의 손 안에 들어왔을 때 음료가 담긴 잔만으로도 어떤 음료일 지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지금부터 당신의 손 안, 영롱한 황금색 액체를 담고 있는 그 친구들에 대해 정리해 보자.



1. Copita


첫번째로 얘기할 잔은 Copita다. Spanish에서 온 말인 Copita는 'Copa'+'ita', 한국말로는 '컵 혹은 글라스'의 명사 (남미 축구 대회를 얘기할 때 쓰는 Copa Americana의 그 copa다) + '작은' 이란 뜻의 접미사여서, 뭐 작은 잔이란 말이다. 보통은 일반 와인 잔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것보다는 작은 잔이다.



(요로코롬 와인 잔같이 생겨서)


(요롷게 작은 잔이다. 저작권 개념은 개나 줘버리고 pro-taster의 사진을 편집해서 따 왔다. 그러니 그립은 너무 신경쓰지 마시길. 저 사람은 직장에서 밥 벌이를 위해 쥐고 있는 거고, 너님은 그냥 스템의 가장 윗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중지로 지지해서 잡으시면 된다.)


잔의 입구를 rim / 액체가 담기는 부분을 bowl / bowl 밑의 길다란 것을 stem / stem 밑을 받치는 부분을 foot이라고 하는데, 와인 테이스팅 글라스는 각 부위별 ISO의 규격이 따로 있지만, Copita라고 부르는 이 잔은 딱히 국제 규격 등의 사이즈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적당히 작다. 대개의 경우 가장 볼록한 부분까지 술을 따랐을 때 1~1.5 oz, (매우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대략 30~45ml) 정도가 담기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제조사별의 규격은 있지만, 통일된 규격이란 것이 없다는 뜻이 오해 없으시길 바란다.)

우리 나라의 찻잔이나 소주잔 같은 잔도 그게 뭐든 '작은 잔'이니 일단 copita로 불러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흔히 위스키를 마실 때 사용하는 Copita라고 부르는 이 친구는 Port나 Sherry 등 좀 아로마가 강한 술에 사용하는 Sherry glass에 중에서, 입구가 벌어지지 않아 Aroma를 잘 모아내는 잔을 Sherry copita라고 불렀는데, 나중에는 그걸 줄여서 그냥 Copita라고 부르게 된 것에서 그 유래가 온 게 아닌가 싶다.


당연한 얘기지만, 위스키만을 위해 만들어진 잔은 아니어서 aroma가 강한 다른 리큐르 등을 마실 때는 언제나 좋은 성능을 발휘하고, 잔의 생김새 자체가 마실 때 향을 모아주는 역할로는 발군이어서 어느 바에서나 많이 사용되는 잔이다. 생긴 모양이 tulip을 닮아서 tulip이라고 부른다는 얘기도 있지만, copita가 아니더라도 tulip처럼 생긴 glass는 참 많아서, 어디 가서 '튤립 주세요' 하면 엉뚱한 잔을 받을 가능성도 있을 거다. 



2. Snifter


사실 위의 Copita를 소개하면서 잔 종류 구별하는 기준으로 Nosing glass, 즉 잔 안에 든 내용물의 aroma를 코로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혹은 감별할 수 있도록) aroma를 코 근처로 모아 주도록 만든 잔과 Pint나 Tumbler 마냥 그렇지 않은 잔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을 소개하려다가, 내용이 길어지는 것 같아 참았다.

대신 Nosing glass라면 비록 위스키를 마시기 위해 사용하는 잔은 아니지만, 이름부터 '킁킁이'인, 이 Snifter를 소개하면 되겠지 싶었다.



(Wikipedia에서 긁었는데, 음... 좀 별로다.)

일반 와인잔에 비해 약간은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stem 을 갖고 있고 (뭐 모든 snifter가 꼭 그럴 필요는 없다.), bowl의 밑부분은 광활(?)하여 액체가 공기에 접할 수 있는 면을 최대로 확보하며 입에 닿는 rim 부분은 다소 급격히 좁아지면서 aroma를 효율적으로 모아주는 녀석이다. 그 극단적인 효용을 살리기 위해 술 중에서는 aroma가 가장 풍부한 브랜디를 주로 담아 마시지만, 의외로 맥주를 담아 마시기도 하는데 이 때 담기는 맥주도 aroma를 좀 가져야 하기 때문에 주로 ABV 8도 이상의 맥주, stout나 double IPA 등에 주로 사용하는 편이다. (알콜 도수가 높아야만 풍부한 향을 갖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이 블로그 내의 다른 글을 참고하시라.)


(Stout를 담은 Snifter. 사진 기사가 담아 놓고 여러 컷을 찍다가 김이 살짝 빠진 모양이다.)

Snifter라는 말이 냄새를 맡는 것이라는 뜻이어서 snifter = nosing glass로 사용되기도 하니 이 점은 또 참고 하시길. 이름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상황에 따라 잘 용어를 선택하시면 되시겠다.



3. Glencairn


이 친구는 예전에 Fedex 혹은 훨씬 더 전에 Xerox가 너무 잘 나가다보니 그 산업을 대표하는 일반 명사 혹은 동사로 사용되는 것과 비슷하게, Glencarin이라는 회사에서 자기 회사 이름을 따서 만든 잔이 유명세를 타면서, 다른 회사에서는 나오는 노징 글래스들의 이름들도 "글렌캐런"으로 불리게 끔 만들어 버린 친구다.


(Thistle 모양을 따라 만들었다고 하는데, 엉겅퀴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어쩌라고... 하신다면 구글에서 한 번 찾아보시길. 실제로 꽃잎의 밑둥 부분을 빼다 박았다.)


음, 그런데 글랜캐런이라는 회사가 이 제품을 세상에 낸 것은 2001년이어서 역사가 아주 오래된 잔은 아닌데, 스코틀랜드의 디스틸러리나 바에서는 약간 스탠다드로 사용하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 (아마존에서 검색해 보시면, 지들이 오피셜 글라스라고 홍보하고 있다.) 좀 유명하고 많이 팔리는 건 알겠는데 이 잔이 'standard' 입니다, 'official' 입니다 할 수 있는 패기가 과연 어디서 나오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찾아보니 2006년에 회사가 Queen's award for innovation을 수상했다고는 하는데 그 상의 권위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여, 이 상 받았다고 과연 오피셜을 붙일 수 있을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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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고 나서, 뭔가 찜찜하여 바텐더님에게 물어보니 전세계에서 진행되는 Whisky live의 official glass라는 설명이셨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하고, 용감하면 배울 것이 있다;; Whisky live 들의 link는 아래와 같고, 들어가 보면 떡하니 Glencairn 잔과 함께한다고 박혀있다. (다만 Whisky live London의 경우 같이 계시된 사진 속은 즐거운 참가자들의 손에는 모두 Thistle이 아닌 copita가 들려 있는 것이 함정인데, Glencairn Crystal에서도 copita version이 나오니 가봐야 알 일이다. 그러나 저러나, 정말 가고 싶다.)


Standard라는 것도 찾아보니 Scotland Whisky Association에서 인증한 첫번째 style이라는 얘기도 있더라. 기사를 더 찾아 봤더니, Forbes의 Whisky glass 추천 중 Glencairn 설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실제 SWA에서 어떤 식으로 선정하는 지 등등도 궁금해서 찾아 봤지만 일단 실패.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저 위의 내용은 무식한 사람에게 주는 벌로 고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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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유툽이나 혹은 방송 등에서 '위스키는 꼭 글렌캐런에 마셔야 한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딱히 틀린 말씀들이야 아닐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잔 자체는 뭐 그리 대단한 잔인가 싶기도 하다. 스템부분이 극단적으로 짧아서 바탑 위에서 안정적이긴 하지만 사람에 따라 그립이 불편할 수도 있거든. 뭐 개인의 취향이니 넘어가자. 

현재 판매되는 버전 중 Canadian은 얼음 담아 먹는 rock glass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덩치는 크고 스템은 없는 놈이니 주의하시면 된다. 회사 이름 앞에 '글렌'이 들어가다보니 글렌피딕이나 글렌파클라스 같은 위스키 증류소가 아닐까하는 의심하는 분들을 위해 얘기하자면, 전혀 그런 거 아니다. 그냥 잔 만드는 회사일 뿐이다.






4. Shot glass


(거 참 맛나게도 생겼다. 추릅.)


지금까지는 아로마를 즐기는 데 적합한 잔이었다면, 이 친구는 말 그대로 목구멍으로 쏴주는 놈이다. 알콜 40도 정도의 술을 당신의 위장으로 가장 빠르게 안내해 줄 수 있다. 잔의 모양을 잔에 위스키를 따르기도 편하고, 당신 목구멍으로 넘기기도 편하게 만들어 두었다. (당신의 위장이 불편해 지는 건 여기서 알 바가 아니다.) 

위스키 샷잔의 경우는 대부분은 1 oz.를 기준으로 제작된다. 한국의 소주 샷잔은 그것보단 좀 더 크게 제작되어 1.5 oz는 거뜬히 담을 수 있다. 역시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아 술 한잔을 넉넉하게 준다는 것...은 잘 모르겠고, 소주는 기껏해야 20도 안팎이니 한 번에 그 정도 먹는 것이 크게 어려운 건 아니지만, whisky는 40도가 넘으니 사정이 다르다. Whisky도 Double shot glass는 말 그대로 2 oz.의 용량이 있는데 자주 사용하시면 당신의 위장과 간을 동시에 조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적당히 하시길. 

여담이지만, 이 샷 글라스든, 저 위에 소개한 잔들에 담겨져 있던 간에, 이 '한 잔의 술'을 Wee dram, 혹은 그냥 Dram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dram은 ounce보다 작은 단위인데 (도량형에 따라, 1/8 혹은 1/16 oz이지만 평소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위이니 꼭 알 필요가 있으신 분들 외엔 신경 끄셔도 무방하다.) 가끔 누가 술집에서 dram이라고 한다면, 그건 잔을 뜻하는 말도, 술 종류를 뜻하는 말도 아닌 그냥 '술 한 잔'이란 뜻으로 이해하시면 되겠다.




5. Rock glass / Old fashioned glass / On the rock glass / Low ball glass

(이렇게 말쑥하고 깔끔하게 생긴 친구들은 보통 lead free, 납이 들어 있지 않다. 겉면에 양각을 예쁘게 넣어 장식한 잔들은 대게의 경우 lead가 약 20%는 들어간다. 잔 선택에 참고하시면 되겠다.)



생긴 것처럼, 높이가 짧은 텀블러로 바닥이 튼실하다. 몸통의 길이가 긴 하이볼 글라스의 반대라는 뜻으로 low-ball glass, 위스키를 음용하는 방법 중 얼음 위에 위스키를 따라 먹는 On the rocks를 위한 잔이라는 뜻으로 On the rock 혹은 rock glass, 사랑해 마지 않는 칵테일 Old fashioned 를 위한 글라스라는 뜻으로 Old fashioned glass로 불린다. 바닥이 튼실할 수록 안정감을 더해주고, 사진이야 원형의 glass를 갖고 온 것이지만 갖가지 변칙이 많아 네모난 놈이나 베베 꼬인 놈, 심지어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도록 밑면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뾰족하게 만든 것도 있다. 

On the rocks의 말 뜻이, 실제 차가운 돌을 사용해서 위스키의 풍미를 올렸다는 것에서 왔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굳이 믿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900년대 초반의 미국 바에서 얼음을 rock이라고 불렀던 것 때문에 on the rock이라고 불린다는 얘기가 가장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위스키를 얼음 위에 부어서 즐기는 방법이 아닌, 그냥 (위에서 소개했던) 잔에 따라 그대로 즐기는 방식은 neat라고 한다. 얼음을 타서 마시는 것 대신에 약간의 물을 타서 마시는 방법도 있는데, 이 경우엔 영미권 이름은 없는 것 같고 일본에서는 미즈와리라고 부른다. (이 아시아 분들은 물 대신에 우롱차를 섞기도 하는데, 한국도 질 수 없지,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는 곳에서는 아예 테이블에 옥수수 수염차 따위가 미리 셋팅되어 있기도 한다. 할말하않.)




On the rocks에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site가 아주 간단히 잘 정리했으니 참고 하시면 되겠다.



위스키에 물을 추가해서 먹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 사이트가 잘 설명하고 있다. (food&wine은 참 보면 볼수록 괜찮은 사이트다.)



저 위에 Glencairn에서 얘기했던 Forbes 추천 Whisky glass의 링크는 아래와 같다.

유행했던 말로 "Forbes 선정" 이라는 드립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제 있었다.
Forbes에 소개된 잔 준 Norlan double walled glass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잔인데 재밌다. 이건 한 번 구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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