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뭐 듣지?



 캐롤 뭐 듣지?



이미 연말은 지났고, 단 며칠 사이에 캐롤 듣기의 효용이 이미 바닥에 떨어졌지만, 원래 이 블로그는 시의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 봐도 없으며, 또 생일이란 건  매년 돌아온다는 묘한 점이 있는데 이건 예수님 생일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되는 캐롤 플레이리스트가 되길 바라면서 일단 올해 캐롤은 뭘 들을 지 한 번 시작해 보자.


...


시작하려고 했더니 튀어나오는 감상을 먼저 말하자면,


Youtube가 생활을 점령하기 전까지는, 매년 11월이면 그 동안 모아두었던 크리스마스 캐롤들을 폴더에서 꺼내고, 그 해 새롭게 추가되는 캐롤들을 추려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파일이름에 연도를 붙여 준비했다가 12월 1일 아침부터 듣던 재미가 있었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생기고 구성원이 점점 늘어가면, 또 그에 맞춰 준비하고 같이 들으며 즐거워하는 재미가 덧붙었었다.


지금은 그냥 유투브를 열고 돋보기를 누른 후 크리스마스 캐롤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면 수 많은 리스트를 볼 수 있고, 그 중의 대부분은 보통 크게 실패하지 않고 무난하게 들을 수 있다. 장르 구분도 나름 잘 되어 있고, 뭐 딱히 흠 잡을 만한 것도 없다. 듣다가 듣기 싫으면 바로 다른 것으로 갈아타도 된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거 듣기 싫다면, 돋보기에 Christmas + Bing Crosby나 Dean Martin을 검색하면 끝없는 추천을 만들어 주고, 거기부터 시작해서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찾아가도 짧은 시간이면 한 달 동안 들을 캐롤을 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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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하던 재미가 없어졌다고 불평하고 싶진 않다. 그냥 사는 게 그런 거다. 아래의 플레이리스트도 유툽에서 만든 주제에 불평은 무슨.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c2I9MuxtJtb_5TtTpjUdhgWj3bT_8Etb




Saint-Saëns - Ramón Vargas  


매년 듣던 Ramon Vargas의 Christmas song을 꺼내서 들어 보려다가, 혹시나 새로운 음반을 내셨나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관련 검색으로 Obituary가 떠서 정말 깜짝 놀랐는데, 확인해 보니 같은 이름의 다른 분이었다. 일면식도 없지만 부고 기사를 통해 알게된 다른 Ramon의 명복을 빈다. 이 앨범은 라몬 바르가스가 1996년에 발표했었고 이 때만 해도 앨범 소개에 "Young Mexican Tenor"라는 소개가 붙었었으니 이제 환갑을 넘기셨겠지만, 부고는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르다.

 Oratorio de Noel은 한 번은 들었음직한 "동물의 사육제"로 유명한 생상의 오라토리오 데 노엘의 10악장 중 4번째 악장이다. 오라토리오인 만큼, 성경의 이야기가 주제이고, 제목인 "Domine, Ego Credidi"는 "주님, 내가 믿습니다."라는 라틴어이며, 이건 요한복음 11장 27절의 구절에 나오는 문구다. 요한복음 11장은 마르다와 마리아의 오빠인 죽은 나사로를 예수님이 부활시키는 내용이다.

생상이 왜 하필 크리스마스 노래에 나사로의 부활을 주제로 썼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10개의 악장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이 2주(Fortnight)가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신앙 고백 같은 내용을 그냥 막 같다 붙였다고 해도 별 무리 없을 것 같다.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는 걸 나중에 알게 되면 수정해 보겠다.

매년 들었지만, 앨범 커버에 Oratorio를 어떤 이유로 Otario로 적었는지 아직 알지 못한다. 이건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되어도 수정할 일이 없다.

 

Dean Martin 


싸이의 "연예인" 가사에 나오는 것 같은, 노래도 잘 부르고, 연기도 잘했으며 코메디도 잘 한 The King of Cool, 딘 마틴 형님의 노래는 들었을 때 실망하는 법이 거의 없는데 캐롤도 당연히 그러하다.

개인적인 경험의 한도에서, TV 쇼에서 담배 들고 노래 부르는 것은 이 형님이 첫번째였는데 (뭐 당시엔 많이들 그리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 후 빌리 조엘이나 로비 윌리엄스가 콘서트에서 담배 피는 것을 봤을 때, 다 이 the king of cool을 따라하고 싶었던 거려니 했다. 로비 윌리엄스는 실제 이 형님 노래 Ain't that kick in the head를 로얄 알버트 홀 콘서트에서 부르기도 했었고.

크리스마스에 집에 못 가는 사람들에게 바친다는 이 노래가 여친 남친 만나느라 집에 가기 싫어하는 양반들에게는 어색하겠지만, 음정도 형님 목소리도 부드럽고 따듯해서 듣다 보면 집안 빨래줄에라도 아무 선물이나 걸고 싶어진다.



"Winter Wonderland" - Bing Crosby


1930년대에 발표된 이 겨울 노래는 크리스마스 노래로 많이 듣게 되지만, 사실 크리스마스와는 별 관계 없고, 결혼 혹은 사랑 등의 로맨스가 주제다. 다른 많은 크리스마스 노래들의 코드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히 캐롤처럼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가사 중간에 초원에 눈사람을 만들고 그 눈사람을 Parson Brown인 것처럼 생각하는데, Parson Brown이 "너네 결혼했냐?"라고 묻고 "아직 안했는데, 니가 울 동네 오면 할 수 있어."라고 답한다. (Parson Brown에서 Parson은 개신교 목사를 뜻하는데 요새 사용되는 말은 아니다.)

200명이 넘는 가수가 cover한 이 노래는 이 후엔 Parson Brown을 Circus Clown으로 바꾸고 그 친구랑 재밌게 노는 것으로도 많이 불려졌다. 빙 크로스비와 함께 아래 나올 마이클 부블레 버젼이 젤 유명한 것 같다.



음... 마이클 부블레를 미국의 임영웅이라고 하면 임영웅 팬한테 뚜드려 맞을 지, 마이클 부블레 팬에게 맞을 지 모르겠다.

일단 넘어가자.



 John & Yoko Plastic Ono Band + Harlem Community Choir


전쟁 좀 끝나라.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내 주식 계좌 어쩔...



"Under the Same Star" - Flickering
"Time for Christmas" (Feat. Ed Mills) - Wildson
"Silver White" (Feat. Revel Day) - Slowfly
"Number one time of the year" - The Snowy Hill Singers


달달한 사탕같은 네 곡이다. 겨울 노래 + 재즈 혹은 R&B는 요새 거의 공식처럼 되어 버렸는데, 딘 마틴 형님 때에도 그랬으니 역사가 깊다고도 볼 수 있다. 빙 크로스비 형님이 부른 White Chirstmas 나 머라이어 캐리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의 전설같은 Dm7b5 코드 사용 역시 Jazz 코드를 사용한 것이다.

이 노래들 역시 달달한 코드들이 아주 막 많이 들어가 있다. 처음 들을 때는 그 달콤함에 젖어 쉽게 갈 수 있으나 자꾸 들으면 사탕 여러 개 먹은 것 마냥 물릴 수 있으니 가끔씩만 들어 보자.



"Snowman" - Sia


머리로 눈가리고 노래하는 Sia 누님. (돈 많으면 형님이고 누님이지만 이 분은 나와 생일도 같은 분이라 좀 어색하다.) 데이비드 게따와 함께한 Titanium (이 사십 몇 분 만에 만든 노래는 원래 Alicia Keys를 위한 노래였다가, 게따 형이 Sia의 데모 보컬 레코드를 그대로 따서 발표한 것이 대박이 나 버렸다. 실제 이 때도 약쟁이였던 이 Sia 누님은 이 곡의 히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이나 유튭 조회 25억회에 빛나는 (2023년 1월 2일 기준) 전 세계인의 해장송 Chandelier 로 잘 알려진 Sia 누님의 2017년 앨범 Everyday is Christmas에 수록된 곡이다. 저 위의 3곡이 주는 달달함과 비슷한 코드로 시작하나 본편은 누가 들어도 시아 누님의 노래임을 팍 알 수 있다.

이 누님이 꽤 긴 기간동안 우울증 / 약물(진통제) 및 알콜 중독으로 고생을 했드래서 음색에 뭔가 그런 비슷함이 묻어나오기도 하고, 실제 가사들도 2010년 전 노래들은 꽤나 우울했어서, 처음 Snowman 들을 때는 뭔가 이상한 가사를 살짝 기대했기도 했지만, 음... 그 정도는 아니다. 애들에게 들려줘도 안심하셔도 된다.



"Winter Moon" - Stan Getz & Laurindo Almeida 


이 곡을 과연 캐롤의 범주에 넣어야 할 것인가는  잘 모르겠지만, 또 너님의 연말 휴일이 항상 행복하기만을 바라지만, 어쩌다 찾아올 우울한 겨울 밤에 들을 만한 노래 하나 쯤 있어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테너 섹소폰 주자 The Sound, 스탄 겟츠가 재즈 인기가 식어버린 미국에서 유럽으로 갔다가 돌아와 어쩌다 만난 브라질리언 아티스트들과 보사노바 "Jazz Samba"라는 앨범을 내게 되는데 이게 대박이 나버렸다. 이 후엔 투어도 보사노바 음악들로 채워서 뛰고 게스트 협업 앨범도 보사노바 풍으로 내는데, 이 곡은 그의 그런 작업 중 하나로. 같이 작업한 Laurindo Almeida도 휘파람으로 커버한 the Girl from Ipanema가 유명한 브라질 태생의 기타리스트 이다.



"Waltz of the flowers" - Tchaikovsky


요새는 크리스마스라고 호두까기 인형이 TV에서 방송되는 걸 못 본 것 같지만,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면 쥐때의 습격을 물리치는 호두까지 인형이 저주가 풀리자 왕자님으로 변하고 클라라와 왈츠를 추면서 모든 게 일장 동몽이라는 호두까끼 인형을 매년 봤던 같은 기분이었다. 

Act2의 거의 마지막에 이제 앞으론 행복 뿐이야를 암시하는 듯한 이 Waltz of the flowers는 많이들 들어서 아주 익숙할 거라 믿는다. 카우보이 비밥의 팬이라면 썩은 음식을 우주선 밖으로 버리는 장면에서 이 노래를 BGM으로 썼던 감독의 센스가 생각날 수도 있겠다.

어찌 됐던 그 모든 환상의 세계는 클라라의 꿈이었고, 크리스마스 아침은 밝았으며 이제는 현실이다.




오래된, 1800년대의 영국 민요, 당연히 영국애들이 잘 부른다. Three Ships는 예수님의 탄생에 황금과 유황과 몰약을 바쳤다는 동방박사를 뜻한다고. 다른 사람들은 Ship이라는 것이 사막의 배인 낙타라고도 하고, 또는 독일 쾰른 대성당에 있다는 동방 박사의 무덤이라고도 하는데 그게 뭐가 됐든 큰 상관은 없겠다. 

성탄 이브를 신나게 보내고 적당히 늦잠 잔 성탄절 아침에 왠지 모르게 예수님 생일 축하를 해줘야 할 것 같을 때 들으면 적당하다. 성탄 전야에 눈이 와서 온 세상이 하얗다면 이상하게 이 노래와 이미지도 잘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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