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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s for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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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술을 소개 합니다. 차갑고 투명한 얼음에 탄산수나 소다와 같이 즐기던 하이볼 글라스 술들은, 지나간 여름과 함께 잠깐 잊어봅시다. 두 눈에만 담아 두기 아까운 파란 하늘과 함께 즐길 수도, 낮 동안의 시름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은 깊은 밤에 즐길 수도 있는 '가을 술'들이 있으니까요. (여름 술 이후에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Red Eye                                                  Photo via  Hummingbirdshill.com '충혈된 눈'이라는 뜻의 이 칵테일은  이름같이 벌건 눈으로 일어난 아침에 해장술로 먹기에도, 볕 좋은 휴일에 야외 테라스에서 갓 구워 나온 버거와 함께 먹기에도, '난 오늘 이 밤을 찢으며 놀테다'라며 각오를 다지면서 먹기에도 좋습니다. 단, 그 때 마다 레시피는 조금씩 바꿔가면서 말이죠. 오리지날 레시피로 만들자면, 보드카를 비어 글라스에 1 oz 정도를 붓고, 토마토 주스와 맥주로 필업합니다. 토마토 주스 맛이 강해서 술 맛을 가릴 수 있으니, "아, 난 오늘 술 좀 세게 먹어야겠다.' 싶으시면 보드카를 조금 더 넣으셔도 됩니다. 토마토 주스와 맥주는 보통은 1:2 비율로 합니다만, 이 역시 너님의 취향에 맡겨도 됩니다. 토마토 주스가 풍미를 살려 주고 맥주는 부드러운 맛으로 다가오고 보드카로 흥겨워지는 술이죠. 토마토 주스 덕에 한 잔을 다 마시고 나면 배도 든든해 지는데, 이것도 부족해서 여기에 다방에서 먹던 쌍화차마냥 계란을 노른자만 퐁당 빠뜨려서 먹기도 합니다. (계란 노른자를 빠뜨려서 먹을 때는 절대 저어서 서빙하지 않습니다. 노른자를 꿀꺽 삼켜 먹어야지, 노른자가 풀어져서 술에 섞여버리면 맛이 영 비린 게 별로 입니다.) 저 계란 노른자를 "눈동자"에 비유해서 'Red Eye에는 노른자가 있어야 진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Becky Ham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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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팬들에게 7월은 재미없고 심심한 달이다. 경기의 질에 대한 논란은 차지하고, 우선은 아는 이름들과 낯익은 얼굴들이 나와 아기자기하게 게임을 해 가는 KBL은 프로야구 개막 전인 3월에 어떻게든 끝이 나고, (이번 시즌에도 시즌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한 낮 경기 논란 등이 있었다.) 천조국 흑형/백형/(아주 가끔이지만) 동양 큰 형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코트 위에 수 놓아 지는 NBA도 6월이면 래리 오 브라이언 챔피언컵이 들어 올려지며, (사족으로... 그리고 글이 흐트러지는 걸 감수하고라도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커리 VS 르브론의 이번 시즌 파이널보다는 아담 실버 총재의 코멘트 그대로 ‘농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팀 스포츠인지 보여줬던 2013-2014 Final series가 더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흠.) 농구 좀 본다는 친구들이나 관심 있게 지켜 보는 NBA 신인 드래프트도 6월 말이면 끝나기 때문에 7월엔 농구 관련한 큰 뉴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그러던 중, 올해는 신기하게도 재미난 소식을 7월 초에 접하게 되었으니, 그 소식은 바로… Becky Hammon to be first female head coach in summer league <사진과 기사 링크의 출처는 ESPN 입니다. 짤방의 플레이 버튼을 백날 클릭하셔도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습니다. 보고 싶으시면 링크타고 가세요.> 오옷, 이게 뭐냐… - 사실 요 몇 줄 안 되는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우선 NBA summer league란 정식 NBA 리그가 끝나고 진행되는 캠프같은 리그로, 새로 계약한 루키 혹은 2년차들이나, FA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이라고 쓰고 사실상 퇴물이라고 읽어도 무방한 늙은이들.) 들이 다음 시즌의 자신의 위치 혹은 다음 시즌의 계약에서 자신이 건재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뛰는 하계 수련회 같은 리그를 말한다.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해서 지금은 Las Vegas 등 3개 정

(5)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 - Pr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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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of 중학생 정도가 되었거나,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한 번은 들어봄 직한 영어,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잘 알 지도 모르는 말인 Proof에 대한 얘기 되겠다. "증명하다"인 prove에서 나온 단어 아니냐고? 누가 아니래냐. 조금만 참아 보시라. 뭔가 재밌는게 나올지도 모른다. British English dictionary에서 Proof를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너들 읽기 쉬우라고 색칠도 Bold도 내가 해 줬다.) Proof :  / pruːf / noun   1. any   evidence   that   establishes   or   helps   to   establish   the   truth,   validity, quality,   etc,   of   something 2. ( law )  the   whole   body   of   evidence   upon   which   the   verdict   of   a   court   is based 3. ( maths ,  logic )  a   sequence   of   steps   or   statements   that   establishes   the truth   of   a   proposition   See   also   direct   (sense   17),   induction   (sense   4), induction   (sense   8) 4. the   act   of   testing   the   truth   of   something   (esp   in   the   phrase   put   to   the proof ) 5. ( Scots   law )  trial   before   a   judge   without   a   jury 6. ( printing )  a   trial   impres

무당거미의 이치 - 京極夏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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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감상을 아래와 같이 밝힌다. "2014년 난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그 동안 많은 것을 잃었다." 무당거미의 이치 - 京極夏彦 (교고쿠 나쓰히코 혹은 나츠히꼬. 뭐든 상관 없다.) 원래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의 시리즈로 경극하언 선생에 대한 얘기를 풀어볼 예정이었으나, 이런 놀라운 작품은 따로 떼어 포스팅을 해야 마땅하다. (교고쿠 나츠히꼬에 대한 긴 얘기를 쓰기 귀찮아서 그러는 건 아니...) 작가 본인이야 백귀야행 시리즈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나, 다들(심지어 출판사 조차도) 교고쿠도 시리즈로 알고 있는 일련의 작품 중 5번째, "무당 거미의 이치"는 그간 (혹은 최소한) 한국에 정발되어 세간에 알려진 작품 중에 최고로 뽑을만 하다. 최소한 나에게만은 그렇다. 2004년 교고쿠도 시리즈의 첫 작품을 접했을 때 느꼈던 긴박함/새로움(두 느낌을 줄이면 신박함인가?)/아찔함/이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사인커브 (우부메의 여름이 빅히트였으니 코사인 커브인가?) 를 그리면서 변하다가, 이 책에 이르러서 커브의 최고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책을 열자마자 추젠지로 의심되는 검은 옷의 남자와 "거미"로 지칭되는 여자의 대화가 나오는 걸 보고, "아, 이 양반 추리력의 약발이 떨어지니 이젠 시간 구성을 꼬았나?"란 의문이 들었으나...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엔 "죄송합니다, 센세. 제가 감히 당신을 의심했습니다."란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실제로 조용한 방에서 무릎을 꿇고 조아릴 뻔 했다.) 추리력이 떨어지기는 개뿔,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빛났던 미스테리를 이어가는 힘은 계속 찬란하게 빛을 발했고, 망량의 상자 이후로 자주 사용하던 두 가지 사건의 병행 및 교차 구성, 사건이 사건 밖으로 튀어나오는 액자 구성은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