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ky Hammon


농구 팬들에게 7월은 재미없고 심심한 달이다.

경기의 질에 대한 논란은 차지하고, 우선은 아는 이름들과 낯익은 얼굴들이 나와 아기자기하게 게임을 해 가는 KBL은 프로야구 개막 전인 3월에 어떻게든 끝이 나고, (이번 시즌에도 시즌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한 낮 경기 논란 등이 있었다.) 천조국 흑형/백형/(아주 가끔이지만) 동양 큰 형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코트 위에 수 놓아 지는 NBA도 6월이면 래리 오 브라이언 챔피언컵이 들어 올려지며, (사족으로... 그리고 글이 흐트러지는 걸 감수하고라도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커리 VS 르브론의 이번 시즌 파이널보다는 아담 실버 총재의 코멘트 그대로 ‘농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팀 스포츠인지 보여줬던 2013-2014 Final series가 더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흠.) 농구 좀 본다는 친구들이나 관심 있게 지켜 보는 NBA 신인 드래프트도 6월 말이면 끝나기 때문에 7월엔 농구 관련한 큰 뉴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그러던 중, 올해는 신기하게도 재미난 소식을 7월 초에 접하게 되었으니, 그 소식은 바로…
<사진과 기사 링크의 출처는 ESPN 입니다. 짤방의 플레이 버튼을 백날 클릭하셔도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습니다. 보고 싶으시면 링크타고 가세요.>

오옷, 이게 뭐냐…

- 사실 요 몇 줄 안 되는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우선 NBA summer league란 정식 NBA 리그가 끝나고 진행되는 캠프같은 리그로, 새로 계약한 루키 혹은 2년차들이나, FA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이라고 쓰고 사실상 퇴물이라고 읽어도 무방한 늙은이들.) 들이 다음 시즌의 자신의 위치 혹은 다음 시즌의 계약에서 자신이 건재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뛰는 하계 수련회 같은 리그를 말한다.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해서 지금은 Las Vegas 등 3개 정도의 리그가 운영되는데, 정식 리그라고 하긴 뭐 하다만 이 리그를 통해 스타의 싹수를 보였다가 지금은 초대형 스타가 된 선수들도 있고, (물론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새로운 신인들의 시범 무대 같은 성격으로 운영될 수 있어서 다음 시즌을 예측하는 시험대로 운영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다음, 베키 해먼 (Rebecca Lynn Hammon)이라는 양반은 ALL WNBA 1st team에 2차례 선정된 적이 있는 올스타 가드 였다가, 부상으로 은퇴 이 후에 코치 수업을 받았고 작년부터는 앞에 W 빼고 NBA에서 Full time, Salaried Coach로 활동하고 계시는 누님 되신다. (이 누님은 러시아 국가 대표 선수로도 뛴 이색적인 경력이 있는데, 러시아와는 별 관계 없고 그저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서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고 본인은 하였으나 수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애국심’에 딴지를 걸었고,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베키 해먼이 출전한 러시아팀은 미국팀에 4강에서 진 다음 3/4위전에서 이겨서 동메달을 차지한다.)
사실, NBA에서 여성이 전임으로 코치를 맡은 적이 이 누님이 처음이라 당시에도 꽤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마지막, 헤드 코치. 다 아시는 대로 우리 말로 하면 감독 되겠다.
위의 내용을 토대로 뉴스를 이해 해 보자면, 베키 해먼이라는 누님이 NBA 여름 수련회 같은 캠프에서 최초로 남자 농구팀의 감독이 되었다는 내용이 된다.

흠...  대단하다.
남성의 스포츠에서 여성으로서 팀과 경기와 리그의 성적에 대해 오롯이 책임을 지는 '감독'이 된 베키 해먼이라는 개인도 감탄할 만큼 멋지지만, 꼬장꼬장하고 보수적인 미국 남부의 프로 농구 팀과 더 나아가 기계인지 동물인지 모를 엄청난 (굳이 얘기하자면) 남성적인 운동능력을 팔아 먹고살고 있는 NBA라는 리그에서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이 속된 말로 졸라 쿨해 보이지 않은가?


- 베키 해먼을 섬머 리그 감독으로 앉힌 San Antonio Spurs의 Head Coach는 이제 전설의 반열로 접어 들고 계시는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분 얘기도 꺼내기 시작하면 한 바닥인데 오늘은 그냥 넘어가자.)인데, 이 분의 베키에 대한 코멘트를 한 번 보자. (아래 내용은  Summer league 감독이 아닌 Full time assistant coach로 임명한 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On Becky Hammon, a new assistant Spurs coach, the first female full-time assistant coach in the big four North American sports. He was first asked if she brought a unique perspective.
“I don’t know that the perspective is unique. It’s women instead of men but it’s the same game. Becky knows what to do on a pick and roll just as much as Tony Parker knows. So I don’t think it’s unique at all. I guess it’s unique to the public that there’s a woman who’s an assistant on the men’s team, I guess. But her knowledge and ability to lead and teach is the same as a guy.”
He was then asked whether Hammon commanded the same respect of players as male coaches.
“I wouldn’t have hired her if I didn’t think she’d get that respect. She’s a firecracker. She takes no prisoners. She’s got a great personality, she knows her stuff. And she was with us all last year, during our championship stuff. She was in every coach’s meeting – not just in the final, the whole year. She was there giving me her ideas and telling me what she didn’t like about what I was doing and what she did like about what I was doing and so on and so forth. So she’s for real.”

이 어르신이 입바른 소리 잘 하는 건 정평이 나 있긴 하지만, 이 코멘트를 네 글자로 줄이면 조조의 '유재시거'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와... 멋지다.


- 물론 이 누님이 코치가 된 걸 축하하는 분위기만 있는 건 아니어서, (스퍼스 팀의 리더인) '토니 파커를 꼬실려고 애를 쓴다'던지, '여자의 세계로 꺼져버려.'라는 댓글들이 트윗/페북에서 난무했고, 이번 섬머 리그 감독으로 선임된 이후에도 감독으로서의 실력을 의심하는 눈초리들도 많았다.

하지만, 7월의 끝자락에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이 들려오는데,
<사진과 기사 링크의 출처는 역시 ESPN 입니다. 짤방의 플레이 버튼을 백날 클릭하셔도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습니다. 보고 싶으시면 역시 위의 링크타고 가세요. >

그야말로, 켠 김에 왕까지! 이 누님과 스퍼스가 라스베가스 섬머리그 챔피언을 먹어 버리셨다.


- 이 무슨 할 일 없는, 챔피언쉽도, 신인 드래프트 없고, 고작해야 KBL 용병 캠프나 있는 7월 농구판에 쓸데없는 감동이란 말이냐. 응? 잔 다르크나 뮬란이 현실 세계에 나와도 되는 거냐?
적당히 하자. 좀... 이러니 내가 농구를 끊을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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