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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사에서 20여년 전 (정확히는 1989년) 출시한 삼국지2라는 게임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했었다면 좋겠다. 한참 좋아할 당시엔 적게는 서너 시간, 많게는 열 시간 이상 즐긴 플레이를 그냥 끝내기가 아쉬워서, 잠들기 직전에 데이터를 세이브하고는 컴퓨터가 나 대신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을 이불 속에서 지켜본 적도 적지 않았다. 강성하게 키워 놓은 내 나라, 전투력 90이상의 무장과 사기와 훈련을 100으로 꽉 채운 내 병력이 중원을 제패하는 일은 내가 아닌 컴퓨터가 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모니터가 보이는 곳에 편 이부자리 속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이런 화면이 나오면 '에이...'라는 말을 넘기게 이불을 뒤집어 썼었다. <천하 통일의 꿈은 물거품으로. > (정확한 데이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컴퓨터에게 맡긴 통일의 역사는, 260년 쯤 이후엔 아무런 이유 없이 자연사하는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서기 290년 정도가 되면 게임 내에 새로운 무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1 general / 1 province의 조건을 채우지 못한 흰색의 땅이 점차 늘어나면서 채워지지 않은 여백으로만 남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지 2에 저장된 인물 데이터는 고작 300여명이다보니 계속해서 인물들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에디터를 사용하면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 조금 더 늘어나고, 삼국지 2 이후에 버전에서는 등록된 무장 데이터가 더 늘었다고 하지만, 무한 루프로 무장이 생성되지는 않는다.) <'당신이 이 그림을 보았다면, 당신의 무장을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게임 상의 연도가 260년이 넘어가면 이 그림, 숱하게 보게 된다. > 이제 설날까지 지나서 완전히 져버린 2016년은 나에게 저 '서기 290년' 같은 기분의 해였다. 현실에서 전투력 90 / 지력 90 / 매력 90

(6)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이 있지. - 교고쿠 나츠히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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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이 있지 ! (이번에 느낌표다!) 경극하언 (京極夏彦) - 1 <'나요. 경극하언.' 기모노에 오토바이 손꾸락 장갑. 일단 범상치 않다.> 아직 이 양반에 대한 나의 덕질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 작금 내 주위의 사태들을 봐서는 덕질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살아 있는 사람을 숭앙하는 글을 쓰는 것도 내 성미에 안 맞는 것이긴 하지만, 이 양반에 대해선 뭔가 써 둬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나의 핵심목표는 올해 꼭 써야하는 것은 이것이다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러한 마음으로 써 보자. 당신네들, 추리 소설 좋아들 하시나?  이런 류의 질문에는 대충 "뭐, 옛날에는 좀 읽었지만 지금은 잘...."정도로 답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하지만 너님이 추리소설을 잘 좋아하시던 그렇지 않으시던, 베이커가의 매부리코 뽕쟁이 셜록 홈즈와 그의 Elementary-Dear-Friends, 왓슨 정도야 알고 계시리라 확신한다. (사실 요 "Elementary, my dear Watson." 은 셜록이 지 친구를 살짝 깔보면서 뱉는 대사로 이제는 아무때나 쓰이는 경구가 될 만큼 유명하지만, 실제 소설에서 셜록이 이런 대사를 친 적이 없는 게 함정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인 주홍색 연구는 의사 양반인 왓슨이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으로 돌아와서 옛 친구를 찾아 가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의 화자이자, 사건을 바라보는 객체로 존재하는 이 두번째 주인공은 사실상 코난 도일 자신이다. 에딘버러에서 개업의를 하던 코난 도일은 장사가 안 되서 시간이 남아 돌자, 글 덕질을 시작하는데, 그 덕질의 결과물이 이름하여 <A study in Scarlet, 주홍색 연구>, 이 후 계속되는 글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