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이 있지. - 교고쿠 나츠히코 (1)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이 있지! (이번에 느낌표다!)


경극하언 (京極夏彦) - 1


<'나요. 경극하언.' 기모노에 오토바이 손꾸락 장갑. 일단 범상치 않다.>


아직 이 양반에 대한 나의 덕질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 작금 내 주위의 사태들을 봐서는 덕질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살아 있는 사람을 숭앙하는 글을 쓰는 것도 내 성미에 안 맞는 것이긴 하지만, 이 양반에 대해선 뭔가 써 둬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나의 핵심목표는 올해 꼭 써야하는 것은 이것이다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러한 마음으로 써 보자.




당신네들, 추리 소설 좋아들 하시나? 

이런 류의 질문에는 대충 "뭐, 옛날에는 좀 읽었지만 지금은 잘...."정도로 답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하지만 너님이 추리소설을 잘 좋아하시던 그렇지 않으시던, 베이커가의 매부리코 뽕쟁이 셜록 홈즈와 그의 Elementary-Dear-Friends, 왓슨 정도야 알고 계시리라 확신한다. (사실 요 "Elementary, my dear Watson." 은 셜록이 지 친구를 살짝 깔보면서 뱉는 대사로 이제는 아무때나 쓰이는 경구가 될 만큼 유명하지만, 실제 소설에서 셜록이 이런 대사를 친 적이 없는 게 함정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인 주홍색 연구는 의사 양반인 왓슨이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으로 돌아와서 옛 친구를 찾아 가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의 화자이자, 사건을 바라보는 객체로 존재하는 이 두번째 주인공은 사실상 코난 도일 자신이다.

에딘버러에서 개업의를 하던 코난 도일은 장사가 안 되서 시간이 남아 돌자, 글 덕질을 시작하는데, 그 덕질의 결과물이 이름하여 <A study in Scarlet, 주홍색 연구>, 이 후 계속되는 글들이 메가히트를 날리면서 의사는 때려치고 (사실 때려치기 전에도 병원이 장사가 잘 안 되었으니 자의반 타의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 때문인지 소설 속의 왓슨은 꽤 성공한 개업의가 되는 것으로 그리는데, 마치 꿈에서 귀신이라도 만나서 연애 한 번 해 보고픈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소설가, 미스테리 연구, 정치!!(선거에 꽤 나간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실패한 걸로...)  뭐 이 쪽으로 가시다가, 자신을 왓슨에 심하게 빙의(?)한 결과, 지 소설 속에서 왓슨이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것을 따라서 자신도 보어 전쟁에 군의관으로 참전하기도 한다.

소설로 돌아와서, 코난 도일 선생이 추리 소설을 풀어 나가는 방법으로 잡은, 소설 속에 두 명의 주인공 중 하나는 화자이자 사건의 객체(왓슨=도일 선생)로, 다른 하나는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주체(말해 봤자 입만 아픈 셜록 홈즈.)로 삼아, 사건을 미스테리 상태에서 깨끗하고도 이해러블한 상태로 풀어헤치는 요 구도는, 사건을 독자에게 흥미 진진하게 전달하는 데 있어서 참 편리하고 좋아 보인다. 평범한 왓슨 입장에서는 사건 자체가 미스테리인데, 이 걸 홈즈가 풀어가는 과정도 이해 할 수 없다보니,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는 놈이 풀어나가는게 아이러니해 보이지 않겠는가? 책의 독자는 화자에 스스로를 동일시하고, 책장을 넘겨갈 수록 일이 어떻게 되는지 계속 궁금해 하다가,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마지막에 '팡'하고 풀어 헤쳐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데 효과가 아주 만점이다.



그럼 그 추리 소설이라는 걸 누가 제일 먼저 쓴 줄 아시나?



코난 도일 선생이 쓴 두 명의 주인공, 한 명의 관찰자와 뛰어난 탐정의 구도를 더 먼저 시전하신 분이 계시는데, 그 분이 바로 에드가 앨런 포 선생이다. 추리 소설, 혹은 탐정 소설의 원조격이신 이 분이 등장하시기 전에는 사건을 먼저 제시하고 "누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를 밝혀나가는 소설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너님들 중 누군가가 "웃겨, XXX 양반이 먼저 했거든." 이라고 얘기해 주신다면, 군말없이 "네" 하겠지만, 일단 먼저 말씀을 해 주세요.)
에드가 앨런 포 선생이 쓰신 모르드가의 살인 사건을 볼까하면, 오거스트 뒤팡 (오귀스트 뒤팽?? 프랑스 발음, 아몰랑.)이라는 걸출한 탐정 (뭐, 변호사라고 봐야 하겠지만.)이 사건을 해결하지만, 서사를 이어나가는 것은 "나"라는 화자다. 사실 코난 도일 선생은 이 구도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탐정 캐릭에는 좀 더 강한 개성 (사냥 모자, 파이프, 바이올린, 몰핀!!)을 부여하고, 화자를 3인칭으로 객관화 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좀 더 심한 몰입이 가능하게 만들어 내셨다. (물론 그 3인칭의 화자에 자신의 이미지를 듬뿍 씌우시긴 하셨고.)

모르드가의 살인 사건을 현대적 탐정(추리)소설의 (아예) 시작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사실상 일본으로부터 서양 문학을 수입해 들여온 한국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 지고도 있으니, 저 위의 파란 글씨로 된 질문의 대답 중 가장 근사한 답을 에드거 앨런 포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겠다.

포 선생이 시작하고 도일 선생이 대박을 터트린 "탐정+화자"의 구도가 이 후에도 상당히 유행을 하게 되는데, 너무 유행을 타다 보니 "아, 그런 건 개나 줘버려."라며 독자에게 직접 말을 거시는 반 다인 선생이 등장하기도 하고, "그 놈의 셜록, 나도 한 번 써보자."라는 맘이 도를 넘은 나머지, 자음만 바꿔친 "헐록 숌즈"를 자신의 최애캐 루팡과 대결 시키는 모리스 르블랑 선생이 등장하시기도 하고, '추리는 됐고, 탐정하나 끝내주면 되지."라며 "그렇다면 여기서 필립 말로가 출동하면 어떨까?" 하시며 하드보일드 탐정물을 내시는 레이몬드 챈들러님 등등님들이 나오시는 와중에...


(내가 거짓말 하는게 아니야. 진짜로 모르스 르블랑 선생은 뤼팽과 홈즈를 대결시키고 싶었는데, 홈즈의 팬들에게 항의를 받아서 셜록 홈즈 이름의 자음만 바꾼 헐록 숌즈를 자기 소설에 등장시킨다구... 하지만 이 후 뤼팽은 폭망...)




에드가 앨런 포? 아니 아니, 에도가와 란포.


메이지 시대에 태어나, 다이쇼 시대에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히라이 타로라는 청년이 에드가 앨런 포에 너무나 감명을 받은 나머지, 지 이름을 (자신의 필명을) "에도가와 란포"라고 바꾸고는, 직접 추리 소설도 쓰고, 탐정작가 클럽을 만들고, 강연회도 열고 했는데, 이 청년님의 가장 큰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을 볼 것 같으면, 소설 초장부터 "나"라는 사람이 등장하여 하꾸바이겡이라는 커피숖에서 폼나게 냉커피나 홀짝이면서 최근 이 커피숖에서 사귀기 시작한 "아케치 코고로"라는 탐정을 소개하는 하는 걸로 시작한다. 이 소설이 훗날 일본 (그리고는 한국까지) 추리 소설계의 빅뱅이 되어, 추리 소설이라는 장르가 일본에 뿌리를 내리고 수 많은 가지를 치게될 수 있는 원점이 되는, 바로 "D 언덕의 살인" 되시겠다.

이름도 따라 개명한 판에, 그의 작품이 앨런 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어서,  "D 언덕의 살인" 에서의 "나"는 에드가 앨런 포님의 소설의 "나"를 따온 것이며, 탐정역인 아케치 코고로가 고등교육을 받았으나 별 하는 일 없이 하숙집에 사는 것도 어거스트 뒤팽의 이름만 바꿔다가 갖다 붙인 거라고 봐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 (캐릭터의 성격으로는 뒤팽에 홈즈도 약간 섞어 놓는다.) 애드가 앨런 포만 따라한 것은 또 아니어서 이 양반의 또 다른 소설인 "괴인 이십면상"은 "괴도 루팽"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봐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 양반은  홈즈빠여서 "헐록 숌즈"에게 이긴 루팽을 프랑스 대사관으로 변장시킨 후 일본에 데리고 와서 아케치 코고로에게 패배하게 만들기도 한다. 거 참 성격 하고는...)

이 양반 이 후 일본 및 한국의 추리 소설은 좀 과도하다고 할 만한 오마쥬의 향연이 되는데...

먼저 한국. 일제 강점기에 나타난 반도의 최초 추리 소설가라고 할 수 있는 김내성 선생이 쓰신 마인(魔人)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이자 탐정님의 이름은 '유불란'. 괴도 루팽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에서 따왔다고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데 심지어 이 탐정은 변신의 귀재이다.
끝없는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일본 추리 만화계의 조석 (이건 좀 전후 관계가 뒤바뀐 심한 무리수지만, 아무튼), 아오야마 고쇼의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에도가와 코난'은 '에도가와' 란포와 '코난' 도일에서 따다 붙인 것 외에도 거의 모든 주인공급의 이름은 유명한 탐정의 이름들을 조합한 것이다.
소년탐정 김전일은 일본의 또 다른 탐정 히어로 긴다이치 코스케의 손자로 등장하며 (실제로 작가인 요코미노 세이지의 유족들과 만화 작가 사이에 마찰이 있던 걸로...) 이 소년탐정의 라이벌인 아케치 켄고 형사의 이름 역시 딱 봐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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