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 - Proof



Proof


중학생 정도가 되었거나,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한 번은 들어봄 직한 영어,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잘 알 지도 모르는 말인 Proof에 대한 얘기 되겠다.
"증명하다"인 prove에서 나온 단어 아니냐고? 누가 아니래냐. 조금만 참아 보시라. 뭔가 재밌는게 나올지도 모른다.


British English dictionary에서 Proof를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너들 읽기 쉬우라고 색칠도 Bold도 내가 해 줬다.)


Proof : /pruːf/

noun 
1.
any evidence that establishes or helps to establish the truth, validity,quality, etc, of something
2.
(lawthe whole body of evidence upon which the verdict of a court isbased
3.
(mathslogica sequence of steps or statements that establishes thetruth of a proposition See also direct (sense 17), induction (sense 4),induction (sense 8)
4.
the act of testing the truth of something (esp in the phrase put to theproof)
5.
(Scots lawtrial before a judge without a jury
6.
(printinga trial impression made from composed type, or a print-out(from a laser printer, etc) for the correction of errors
7.
(in engraving, etc) a print made by an artist or under his supervisionfor his own satisfaction before he hands the plate over to a professionalprinter
8.
(photoga trial print from a negative
9.
  1. the alcoholic strength of proof spirit
  2. the strength of a beverage or other alcoholic liquor as measured on a scale in which the strength of proof spirit is 100 degrees

빨간 색으로 칠한 부분 함 보자. Proof Spirit의 알콜 세기. 프루프 스피릿을 100으로 두는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의 음료나 알콜이 함유된 용액의 세기.

응? 뭔 말이냐... 도대체 이게... 



그럼 아래의 그림은 어떤가?



<나님이 사랑해 마지 않는 야생칠면조 켄터키 직진 부르봉 위스키의 101 Proof 되시것다. 
사진은 drinksupermarket.com에서 따왔다. 저작권이 걸린 이미지 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림 속의 술병 왼쪽 하단에 "101"이라고 써 있고 그 밑에 약간 흐릿하게 "Proof"라고 써 있다. 첨 술 먹는 친구 (여기서 술을 첨 먹는 다는 건, 중딩때 피방에서 형들이 주던 소주가 나의 첫잔이었지 라며 뿌듯한 얼굴을 들고 얘기하던 고백과 같은 얘기가 아니다. 돈을 벌 나이가 되어 월급명세서 상의 주민세와 술집 영수증 상의 주세 중 주세의 비율이 높아질 정도로 각잡고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지.) 이 숫자와 Proof라는 걸 보면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옆에 앉은 사람 넘부끄러워 어디 물어보기도 뭐 하여 그냥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술병에 붙은 label에 써 있는 것 숫자는 대게 연식과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101년된 술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를 본 적도 있다. (101년 된 술을 너 같은 백수가 먹을 수 있을 거라곤 꿈도 꾸지 마.)

용기를 내어 바텐더에게 물어보면, 접객에 바쁘신 바텐더님들은 그냥 간단하게 "알콜 도수와 관련된 거예요." 정도의 답변을 내어 놓으신다. 뭐야... 그럼 내가 101도짜리 순수하다 못해 일점의 터럭하나 섞이지 않은 알콜을 흡수하고 있는 건가? 아니다. 일단 함유량이 100%넘는 게 있을 리가 없자나... 그리고 100% 알콜을 섭취하는 순간 육체적인 고통으로 (그리고 아마 실제적으로도...) 넌 이미 저 세상 사람이다.



ABV or Proof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알콜이 들어간 술을 허가하여 판매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주류를 판매할 때 전면 혹은 후면의 라벨에 해당 주류의 알콜 함유량을 표기 하게 되어 있다.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될 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표기가 의무화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아서 유럽 연방 기준으로 1973년, 영국 기준으로는 1980년부터 시작됐다. 그 전엔 표기를 안 하거나, 혹은 하더라도 표준된 형식으로 표기 하지 않았다. 표기가 의무화 되면서 표준된 형식이 등장했는데 고거이 바로 ABV, Alcohol By Volume 우리말로 병당 알콜 함유량, 쉽게 말해 "도수" 되겠다. 



<바로 이렇게... 친절한 빨간 동그라미는 www.whiskymag.com에서 해 주셨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들어온 아무 양주를 집어 들고 전면 라벨의 우측 하단을 보면 40% Vol. / 40% Alc. Vol. 이라고 써 있는데 요게 표준화된 알콜 표기법이 되겠다.

표준화된 이 후에는 이렇게 썼는데, 그 전엔 어땠냐고? 그 때 사용된 알콜 함유 표기법이 Proof라고 보면 알기 쉽다. 그럼 Proof가 뭔데, 술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이걸 알콜 함유 표기법으로 썼을 지 안 알아 볼 수가 없겠네. (사실 이 거 때문에 글을 쓰고 있는 거다.)


때는 거슬러 16세기까지 올라간다. 대항해 시대, 배 한 척에 몸을 얹어 유럽에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인도까지 마구 휘저어 다니는 유럽 선원들은 지 배에 싣고 온 럼이 맛이 갔는지 안 갔는지를 먹기 전에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맛간 술을 잘 못 먹었다가 배탈이라도 나면 망망대해에서 뭘 어쩔 도리가 없자나. 그 때 생각핸 낸 방법이 건파우더, 우리 말로 대포 화약에 술을 떨어뜨려서 불이 붙으면 "오, 알콜 좀 살아 있는데!"라며 기쁜 마음으로 술을 먹었고, 이렇게 술에 알콜이 있는 지 검증하는 것을 "PROVE" 라고 하면서, 검증된 술을 Proof / 불이 붙지 않는 술을 Under Proof라고 불렀다. 

화약 위에 떨어진 Rum이 불이 붙으려면 병에 있는 술의 총량을 7로 봤을 때 알콜이 약 4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지금의 백분율로 나누면 0.5714, 약 57%가 되고 이러 상태의 술을 "100 Proof"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ABV 이전의 알콜 도수 표기법이 되겠다.
비례식만 할 줄 알면 간단하게 알 수 있겠으나, 비례식이 뭔지도 가물가물한 너님들을 위해서 한 번 더 말하자면, 아주 순수한 100도 짜리 알콜은 100 나누기 4분의 7 하여 175 Proof degree가 되고, 40도짜리 일반적인 위스키의 경우엔 70 Proof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Proof는 딱 봐도 직관적이지 않아서 좀 더 직관적으로 숫자를 표기하기 시작한 것이 G.L Scale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게 쉽게 말해 요즘의 백분율로 나온 도수다. G.L은 프랑스 화학자인 Gay-Lussac씨의 이름에서 온 것인데 요게 지금의 OIML (Organisation Internationale de Metrologie Legale, 영어식 표현으로는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Legal Metrology) Scale로 굳어져 버렸다. (가끔 술을 먹다가 GL이라는 표시가 써 있더라도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그냥 "백분율"이려니 하면 되기 때문이쥐.)


그럼 요새는?

앞서도 말했지만, 1980년도 이후엔 의무적인 표기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ABV%표기를 해야 했지만, 아직도 영국 혹은 미국에서 주세를 매기는 단위로 Proof of Gallon이 살아남은 상태이고, 간혹 Barcadi, Hendrick's, Wild Turkey 등의 Brand에서 Proof를 라벨에 표기 하는데, 이는 알콜의 도수를 알려 준다기 보다는 브랜드 이미징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고, 그 외의 용도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지금의 미국식 Proof는 그냥 ABV를 double한 것이어서, 101 Proof Wild Turkey를 볼짝시면 (4:7 이런 건 잊어 버리고) 간단하게 반띵하여 50.5도의 술이라고 이해하시면 알기 쉽다.



<보면 바로 알 수 있자나. 설마 곱하기 2를 못하는 건 아니겠지?>

근데 이게 왜 중요하냐고? 누가 중요하다고 했나. 이제 다 읽었으니 맨 위로 올라가서 제목을 다시 한 번 보시길.


Tip.
Proof로 브랜드 네이밍을 잘 한 위스키가 와일드 터키이고, 요놈이 아메리칸 스피릿 버번이다 보니, Proof를 서부시대 카우보이들의 건파우더와 연결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시던데, 그런 분들은 백퍼 만화 "바텐더"를 보신 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정확히는 단행본 12권에 나온다.) 아님 말고.

Tip 2.
본인이 101 Proof Wild Turkey를 좋아하는 이유라고도 볼 수 있는게, 알콜 도수가 높으면, 아무래도 향이 진하고 좋아진다. 알콜은 솔벤트 계열이니 알콜이 많이 있을 수록 기름에 녹는 Flavor들이 많이 함유되는 건 당연한 이치지. 또 다른 종류의 액체와 섞일 때에도 맛이 잘 사라지지 않아서 칵테일을 하더라도 자기 고유의 맛을 잘 간직할 수 있거든.

그리고,

하루 일이 끝나고, 집에 가기 전에 지친 어깨를 바탑에 지지한채, 낮에 있었던 회사 내외의 닭짓하던 개새끼를 회상하며 마시는 Old Fashioned에는 좀 강한 버번이 필요하지. 암.



<Angostura Bitter, Orange, Cherry liqueur, 약간의 Soda에 버번 더블! 올드 패션드 되시겄다. 아, 침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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