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 오 헨리 (下)
드디어,
하편을 쓴다.
중편 쓸 때 "하편은 올해 마지막에나 쓸 수 있으려나?"하고 지껄인게 사실이 된 게 좀 웃긴다.
이 모든 것은 아들 덕이다.
사실 이 따위 잡설의 하편 따위 누가 보지도 않지만,
아픈 둘째 덕에 달아난 잠을 청하고 눕자니 뭔가 좀 아쉬워서.
(中편은 올해 1월 posting을 보시던가, 말던가.)
---
뭐냐... 벌써 감동한거냐? 이게 아직 뭔지도 모르자나.
통장도 열어보고, 얼마인지 확인도 해 보고, 이 돈은 내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물어보고, 이제 내가 어떻게 살 건지 같이 걱정도 한 다음, 음…내가 생전 처음으로 판 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고, 그런 후에 울어도 늦지 않는다고... 이 답답아.
주위를 돌아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 보는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울려본 여자라곤 엄마 밖에 없는 놈인데, 대낮에 여자나 울리고 다니는 놈으로 날 쳐다 보는 것 같아 어디 숨고 싶었다. 역시 통장을 주자마자 도망 갔어야 했다.
하편을 쓴다.
중편 쓸 때 "하편은 올해 마지막에나 쓸 수 있으려나?"하고 지껄인게 사실이 된 게 좀 웃긴다.
이 모든 것은 아들 덕이다.
사실 이 따위 잡설의 하편 따위 누가 보지도 않지만,
아픈 둘째 덕에 달아난 잠을 청하고 눕자니 뭔가 좀 아쉬워서.
(中편은 올해 1월 posting을 보시던가, 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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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너무 시려워서 담배 피는 것도 망설여지는 추위인데, 오늘은 어째 미순이가 좀 늦는다. 망설이면서도 결국 피워 문 담배가 벌써 4개째다. 이젠 목도 칼칼해서 담배를 더 피우는 건 무리다. 요 옆의 편의점에 따뜻한 뭐라도 사서 마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는 동안 미순이가 PC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면… “자 선물.” 하며 손에 통장을 들려 주곤,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멋있게 돌아서서 홀연히 사라지는 완벽한 미션을 수행하지 못할 까봐 그냥 PC방 입구를 지키고 있다. 평소보다 왜 늦는 지 전화로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서프라이즈”가 더 폼 날 거 같아 그것도 꾹 참고 있다.
저쪽 지하철 출입구 쪽에 낯익은 실루엣이 보인다. 실루엣이 커질수록 이상하게 심장도 더 빨리 뛰는 것 같고, 입안의 침도 점점 말라간다. 가뜩이나 담배를 많이 펴서 목이 아팠는데, 이젠 좀 괴롭기까지 하다.
이제 얼굴이 확연히 들어오는 정도까지 가까이 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얼굴은 내가 아는 미순이인데, 분위기가 좀 다르다. 자세히 보니, 이 계집애, 화장했다. 키도 좀 커 보여서 뜯어보니, 굽이 있는 구두도 신었다.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 다리엔 평소 입는 바지가 없고, 그 대신 꽤 두꺼운 스타킹에 무릎 위까지만 내려온 치마가 보인다.
내가 서 있는 걸 발견한 미순이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발그라 해 진다. 안 어울리는 화장 밑에서 빨갛게 된 볼이 귀엽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화장은 안 하는 게 나았다. 예수님이 태어난 지 2000년 하고도 10년이 넘게 지난 게 무색하게, 부족한 영양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앙상한 다리는 약간 높은 구두굽 위에서 불안해 보인다. 알고 지낸 지가 4계절을 두 번 보낸 세월이고, 그것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서로의 집에 찾아간 적이 없어도 옷장에 뭐가 있을 지 훤히 다 알고 있는데, 이런 차림의 미순이는 당혹스럽다.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건 난데, 그 전에 내가 더 놀랐다. 젠장 맞을.
“…….”
“…….”
“왜… 이상해?”
“응. 아주. 어디… 가냐?”
“아니… 그게… 그냥…”
“그 차림으로 일하면 애들이 놀라겠다.”
“나 어제로 일 그만 뒀어.”
헐… 그만 뒀다고? 두 번째로 놀랜다. 오늘 제대로 당한다.
“왜???”
“그게… 좀…”
말이 이어지면 또 내가 놀랠 것 같다. 선수를 쳐야 한다.
‘그만 뒀는데, 여긴 왜 왔어?’, ‘그 우스꽝스러운 화장은 또 뭐야?’, ‘안 춥냐? 동상 걸리겠다.’ 등등은 모두 목 뒤로 삼키고,
“아, 됐고. 자.”
“…..??”
“크리스마스 선물.”
내 입으로 뱉어놓고도 민망한 말이라 쑥스럽다. 이제 돌아서서 멋있게 걸어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제길, 떨어지질 않는다.
그런데, 이 계집애, 눈시울이 빨게 진다. 그러는가 싶더니 바로 눈물이 “뚝” 떨어진다.
뭐냐... 벌써 감동한거냐? 이게 아직 뭔지도 모르자나.
통장도 열어보고, 얼마인지 확인도 해 보고, 이 돈은 내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물어보고, 이제 내가 어떻게 살 건지 같이 걱정도 한 다음, 음…내가 생전 처음으로 판 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좀 보고, 그런 후에 울어도 늦지 않는다고... 이 답답아.
주위를 돌아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 보는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 울려본 여자라곤 엄마 밖에 없는 놈인데, 대낮에 여자나 울리고 다니는 놈으로 날 쳐다 보는 것 같아 어디 숨고 싶었다. 역시 통장을 주자마자 도망 갔어야 했다.
“간다.”
“……”
도대체,
‘간다.”란 말을 뭐하러 했을까.
발걸음 못 떼고 서 있은 지 5분은 된 거 같다.
화장 위에 흐른 눈물로 더욱 괴기해진 얼굴을 들고, 내가 유일하게 예쁘다고 좋아했던 손으로
미순이가 제 가방에서 꺼내서 내 앞으로 내민 건,
통장이었다.
통장이었다.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
도저히,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5분 전의 미순이도 이랬을 거다. 얼마인지 확인도 하고, 이 돈이 어디서 났냐고, 또 앞으로 넌 어쩔거냐 라고 물어봐야 하는데, '정미순인'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봐야하는데,
주책없이 눈만 빨게 진다.
파란 물이 떨어질 것 같은 맑은 하늘이다.
담배 연기는 하얗게 퍼져 나간다.
눈 따윈 올 것 같지 않았지만,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날이다.
지나 가는 사람들이 여자 울리는 놈이라고 하던지 말던지,
퉁퉁 부은 눈의 괴기한 얼굴을 꼭 끌어안고,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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