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 오 헨리 (下)

드디어,
하편을 쓴다.
중편 쓸 때 "하편은 올해 마지막에나 쓸 수 있으려나?"하고 지껄인게 사실이 된 게 좀 웃긴다.

이 모든 것은 아들 덕이다.
사실 이 따위 잡설의 하편 따위 누가 보지도 않지만,
아픈 둘째 덕에 달아난 잠을 청하고 눕자니 뭔가 좀 아쉬워서.

(中편은 올해 1월 posting을 보시던가, 말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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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너무 시려워서 담배 피는 것도 망설여지는 추위인데, 오늘은 어째 미순이가 늦는다. 망설이면서도 결국 피워 담배가 벌써 4개째다. 이젠 목도 칼칼해서 담배를 피우는 무리다. 옆의 편의점에 따뜻한 뭐라도 사서 마실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는 동안 미순이가 PC방으로 들어가 버리면… “ 선물.” 하며 손에 통장을 들려 주곤,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멋있게 돌아서서 홀연히 사라지는 완벽한 미션을 수행하지 못할 까봐 그냥 PC 입구를 지키고 있다. 평소보다 늦는 전화로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서프라이즈 같아 그것도 참고 있다.

저쪽 지하철 출입구 쪽에 낯익은 실루엣이 보인다. 실루엣이 커질수록 이상하게 심장도 빨리 뛰는 같고, 입안의 침도 점점 말라간다. 가뜩이나 담배를 많이 펴서 목이 아팠는데, 이젠 괴롭기까지 하다.
이제 얼굴이 확연히 들어오는 정도까지 가까이 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얼굴은 내가 아는 미순이인데, 분위기가 다르다. 자세히 보니, 계집애, 화장했다. 키도 보여서 뜯어보니, 굽이 있는 구두도 신었다. 자연스레 눈에 들어온 다리엔 평소 입는 바지가 없고, 대신 두꺼운 스타킹에 무릎 위까지만 내려온 치마가 보인다.
내가 있는 발견한 미순이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발그라 진다. 어울리는 화장 밑에서 빨갛게 볼이 귀엽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화장은 하는 나았다. 예수님이 태어난 지 2000년 하고도 10년이 넘게 지난 무색하게, 부족한 영양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앙상한 다리는 약간 높은 구두굽 위에서 불안해 보인다. 알고 지낸 지가 4계절을 보낸 세월이고, 그것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서로의 집에 찾아간 적이 없어도 옷장에 뭐가 있을 훤히 알고 있는데, 이런 차림의 미순이는 당혹스럽다.
서프라이즈를 준비한 난데, 전에 내가 놀랐다. 젠장 맞을.



“…….”
“…….”
이상해?”
. 아주. 어디가냐?”
아니그게그냥…”
차림으로 일하면 애들이 놀라겠다.”
어제로 그만 뒀어.”



그만 뒀다고? 번째로 놀랜다. 오늘 제대로 당한다.



???”
그게…”


말이 이어지면 내가 놀랠 같다. 선수를 쳐야 한다.
그만 뒀는데, 여긴 왔어?’, ‘ 우스꽝스러운 화장은 뭐야?’, ‘ 춥냐? 동상 걸리겠다.’ 등등은 모두 뒤로 삼키고,



, 됐고. .”
“…..??”
크리스마스 선물.”



입으로 뱉어놓고도 민망한 말이라 쑥스럽다. 이제 돌아서서 멋있게 걸어가야 하는데, 발걸음이제길, 떨어지질 않는다.

그런데, 계집애, 눈시울이 빨게 진다. 그러는가 싶더니 바로 눈물이떨어진다.

뭐냐... 벌써 감동한거냐? 이게 아직 뭔지도 모르자나.
통장도 열어보고, 얼마인지 확인도 보고, 돈은 내가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물어보고, 이제 내가 어떻게 건지 같이 걱정도 다음, 내가 생전 처음으로 도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그런 후에 울어도 늦지 않는다고... 이 답답아.

주위를 돌아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쳐다 보는 같다. 세상에 태어나 울려본 여자라곤 엄마 밖에 없는 놈인데, 대낮에 여자나 울리고 다니는 놈으로 쳐다 보는 같아 어디 숨고 싶었다. 역시 통장을 주자마자 도망 갔어야 했다.


간다.”
“……”














도대체,
간다.” 말을 뭐하러 했을까.
발걸음 떼고 있은 5분은 같다.


화장 위에 흐른 눈물로 더욱 괴기해진 얼굴을 들고, 내가 유일하게 예쁘다고 좋아했던 손으로
미순이가 가방에서 꺼내서 앞으로 내민 ,



통장이었다.




이건…?”
크리스마스 선물.”
















도저히,
열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5 전의 미순이도 이랬을 거다. 얼마인지 확인도 하고, 돈이 어디서 났냐고, 앞으로 어쩔거냐 라고 물어봐야 하는데, '정미순인'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봐야하는데,
주책없이 눈만 빨게 진다.






파란 물이 떨어질 같은 맑은 하늘이다.
담배 연기는 하얗게 퍼져 나간다.
따윈 같지 않았지만,
12 24, 크리스마스 전날이다.



지나 가는 사람들이 여자 울리는 놈이라고 하던지 말던지,
퉁퉁 부은 눈의 괴기한 얼굴을 끌어안고,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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