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르헤인 - 살인자들의 섬
데니스 루헤인을 알게 된 작품은 비교적 최신작인 <운명의 날, (the given day)> 이였거든요. 보스턴의 젊은 경관인 데니, 살인을 하고 보스턴으로 도망 온 흑인 루터,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결국은 뉴욕으로 트레이드되는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버무려 <보스턴 경찰 파업>의 실화를 지면으로 옮겨낸 것인데, 작품의 소재와 그것을 풀어나가는 재주가 모두 빛나는 좋은 소설이긴 했지만, 그간 제가 갖고 있던 미국 소설에 대한 고정 관념인 “미국양반들은 흠흠 뭔가 좀 부족해”라는 편견을 버리게 하기에는 2%정도 아쉬웠습죠.
꽤 방대한 양의 contents를 (책도 참 두꺼운데, 그게 또 상,하로 2권이예요. 전철에서 읽다가 어깨 빠지는 줄 알았다는…), 쭉쭉 끌어가는데, 3명의 주인공을 내세우고도 주위가 산만하지 않게 유지하는 것은 정말 대단했지만, 그 결말에서는… 뭐랄까… 암튼 감동의 정도가 초반과 중반에 비해 좀 덜 하더라구요.
(인터넷 책방으로 책장사 하시는 분들께는, 책의 두께가 어느 정도인지 좀 보기 쉽게 올려줬으면 하는 바램을 전해 봅니다. 이 그림만 봐서는 두꺼운 줄 모르자나요… 참.)
책을 다 읽은 후 마지막의 옮긴이의 말에서 저자가 이 소설로 장르 소설 작가를 탈피했네 어쩌네 하길래 찾아보니, 어? 이 양반, 미스터리 작가네?? 그럼 딴 거 쓴 게 뭐 있지? 어? 미스틱 리버… 가라, 아이야…(“가라, 아이야”의 원제는 Gone, Baby gone인데, 우리나라 제목으로 옮기니 참 거시기합니다.) 나름 유명 했자나… 그럼 나도 딴 거 뭐 한 번 읽어볼까? 하고 고른 소설이 “살인자들의 섬”이었는데…
헐헐…대박이네요.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 소설이니, 영화를 본 사람들이야 내용과 결말을 알고 있겠지만, 이 소설, 보기 드물게 기획/플롯/스토리가 잘 짜여진 제대로 된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은 결말을 먼저 구성한 후에 초반부를 손질하기 때문에, 중반 이후에 독자가 그 반전을 어느 정도 눈치챌 수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작가는 독자가 눈치 챌 수 있는 시점을 최대한 뒤로 미루면서도, 반전을 일으킬 때에는 앞뒤가 잘 맞게끔 구성하려고 무지 노력을 하지만, 모든 소설이 그러한 작업에 있어서 꼭 성공적이지 않자나요. 특히 요새는 “절름발이가 범인이다!!” 혹은 , “I can see dead people”로 이미 극강의 반전을 세상이 경험 하다 보니, 독자들의 눈치도 빨라지고, 반전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져서, 작가가 나름 치밀한 구성을 내더라도 그냥 그저 그런 정도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많구요.
(1995년 작, the usual suspects. 절름발이가 범인입니다. ㅎ)
이 책도, 미스터리 소설답게 (그래서 약간 진부하긴 하지만,) 처음엔 퍼즐 풀이로 시작합니다. 다들 풀지 못하는 퍼즐을 어찌어찌 풀어나가는 주인공에게 박수를 보내며, 퍼즐의 결말이 궁금해져서 참을 수 없게 되는 적절한 타이밍에서 기획된 반전들이 툭툭 튀어나오는데, 작가가 재미지게 잘 엮어갑니다. 여기 이 소설에서는 중요한 것이 “퍼즐풀이”인데요, 단지 퍼즐만 풀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퍼즐을 풀면서 독자가 스스로 주인공이라고 여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즉 “퍼즐이 나고, 내가 퍼즐인 몰아일체의 경지”에 밀어 붙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 작가님, 이 소설 안에서는 성공하셨습니다. J
영화에서는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다고 하던데, 영화는 또 어떻게 요 소설을 풀어냈을 지 궁금해집니다. 작가님이 HBO 드라마 작가였으니, 시나리오 손질은 어렵지 않았을 것 같기도 하고요.
결론은, 볼 만 합니다. 한 3일은 재밌으실 거예요. J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