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 오 헨리 (中)

  작년 12월 10일부터 "써야지"라고 맘 먹은게,

- 2010년 결산 : 난 올 해 이렇게 살았다. (2010년 득템한 것 들에 대한 자랑질 - 음악 / 책 / It place / 친구 등등...)
- 크리스마스 선물 (단편)
- 잉여 리스트 (궁극의 리스트편 참조)

이 세가지 인데, 2011년이 2주 지난 지금도 첫번째와 세번째는 시작도 못했고 간신히 시작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단편 주제에 상 / 하로 나눠서 쓰여지더니 이젠 "중"을 만들어 버렸다. -_-

"하"는 올해 말에나 쓸 수 있으려나... 에효.

달력 하나 넘긴 것 마냥 자연스럽게 새해가 오더니 이젠 달력을 볼 시간도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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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4 아침의 하늘은 파란물이 떨어질 것처럼 맑았고,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는 두려울 정도로 추웠다. 손을 호호 불면서 담배를 피웠는데, 입김과 같이 날아가는 담배연기가 유난히도 희고 짙었고, 담배 맛은 유난히도 좋았다. 담배 맛이 특히 좋은 이유는 ㅎ 따로 있었는데, 외투 안주머니엔 500만원이 찍힌 통장이 도장과 함께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평소 은행 이런 곳과는 거리가 생활이라 통장이라는 것을 가져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오백만원!!! 이라니… 속으로 ㅎㅎㅎ 웃음이 절로 나왔다.

500만원짜리 통장은 밥줄이라고 있는 RPG 게임에서의 캐릭터를 팔고 받은 금액이다. 지난 2 동안 공들여 키운 LV 48짜리 기사 캐릭인데, LV 48 서버를 뒤져도 10 손가락에 꼽을 정도 밖에 없기 때문에 희소성도 ( 서버가 유명한 게임이었으면 값이 나갔을런지도 모른다.) 있고, 근래 동안은 던젼이든 클랜워든 어디에서도 적이 없어서 프리미엄이랄까 하는 것이 붙은 놈이었다. 칼이나 방어구 등을 현피로 사서 꾸민다면 비싸게 수도 있는 놈인데, 그런 칼이나 방어구를 닥치는 대로 팔아서 지금껏 살아왔으니 (게임에서 얻은 칼을 만원에 팔면 6천원은 사무실을 사장형이 가져가고 4천원은 내가 가졌었다.) 변변한 아이템은 없어서 값이 쳐진 아쉽긴 했다.



캐릭을 고민을 하긴 했다. 사장형에게 허락을 받고 파는 아니니, 이거 맘대로 팔았다간 당연히 계속 (?) 수는 없었는데, 형이 내어 방을 나오면 나는 딱히 데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과 얽혀서 5년째여서 벌어먹을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 아는 사람도 미순이 외에는 없어서 어쩌면 서울에서 계속 사는 것을 포기해야 했던 터라, 팔기로 정하고 약속 장소에 나가서 돈을 받기 직전까지도 계속 망설였었다. 근데, 막상 돈을 받고 보니 오히려 홀가분하고 뭔가 가슴 속이 뜻뜻한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걸 팔아야겠다고 맘을 먹은 , 우연히 미순이의 전화 통화를 듣고 나서였다. 미순이는 다니던 지잡대(?)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터였는데, 집에서 돈을 보태줄 형편은 되지 않아서 생활이 어려웠던 같았다. 전화 통화상으로 정확히 엿들은 것은 아니지만, 1년을 학교를 빼먹고 알바를 해서 다음 학기 다닐 등록금을 간신히 마련했나 싶었는데, (물론 다음 학기는 어떻게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번엔 사는 방의 주인이 월세 보증금을 올려 달라고 하는 같았다. PC방에서 같이 컵라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며 은근 슬쩍 물어보니, 지금 150 하는 월세 보증금을 500으로 올려 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주인은 어짜피 재개발에 들어가게 되므로, 미순이가 살던 살던 관심은 없어 보였고, 다른 동네에 알아본 것도 최소한 300에서 500 정도는 있어야 월세를 있을 같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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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 피씨방에서 미순이를 알게된 것은 1 반 남짓, 하루라도 보면 허전한 사이가 것은 1 정도 되는 같다.
작년 크리스마스 쯤에 본의 아닌 화장실 청소를 해주고 커피를 얻어 먹은 이후로, 나는 라면 먹을 남들보다 많은 단무지를 얻어 먹었고, 미순이는 내가 떠난 자리를 청소할 필요가 없었다. (딱히 뭐가 먼저라고 필요는 없을 같다.) 가끔 옆자리의 재떨이나 음료수캔 등도 내가 치웠었는데, 그러고 후에는 천하장사 소시지를 하나 얻어 먹을 때도 있었다. 누가 생일 따위를 챙겨줘 본 게 중학교 후로 없었는데주문한 컵라면에 피씨방의 푸아그라인 핫바(!!)가 같이 와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피씨방 회원 가입할 적은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알았다며, "생일 선물이야." 할 땐, 생일 따윈 잊고 산지 오래 사내답게 “뭘 이런 걸…” 하고 말을 뱉었지만 눈시울은 방정맞게도 뻘개져 버렸고, 미순이도 덩달아 벌건 눈이 되어 버려서, 우리 둘은 웃기게도 잠깐 동안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핫바만 쳐다보고 있었다.

이후 가끔은 아예 새벽 게임일을 미순이네 PC방에서 (물론 형의 허락하에)  있는데, 그럴 때면 미순이 끝날 같이 청소해 주고는 동이 터서 버스가 다닐 때까지 번이고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같이 먹기도 하고 그랬다. 얼굴이고 몸이고 예쁜 곳을 찾는 것이 어려운 미순이였지만 예쁜 손으로 커피를 건넬 때에는 어쩐지 따뜻한 마음을 받는 같아서 푸근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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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로 언제 이어질 지는 장담 못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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