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세계 3대 미스테리가 있었더랬다.

엄마가 좋냐? 아빠가 좋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그리고,
선동렬이 강하냐? 최동원이 강하냐?

오늘 고 최동원 한화 2군 감독님이 유명을 달리하셔서,
저 3번째 질문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아 버렸다.
임요환과 홍진호도 스타2에서 스페셜 매치를 하는 마당에,
선수로서의 리매치는 커녕, 감독으로서의 리매치도 맺지 못하시고,
(어떻게 숫자상으로도 1승 1패 1무냐...)
그 놈의 망할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

나 오늘 아이폰 나침반으로 북녁 하늘을 찾아,
분갈이를 위해 비워둔 화분에 담배 하나 불 붙여 꽂은 후,
그 담배가 다 타 들어 갈때까지,
묵념하는 조촐한 의식을 치뤘다.

***

태어나서 고 최동원 감독을 한 번도 보지 못한 후배들에게
최동원 감독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류현진+오승환이라고 해 봤자,
스탯 위에 덧쒸워진 그 아우라를 설명하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고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일 뿐이다.

다 지나간 동영상을 보여줄 때, "아! 잘하는 선수였구나.." 할 정도의 느낌을
줄 수 있을 지 몰라도,
단지 175CM의 투수가 마운드에 서 있던 모습이
그렇게 크고 거대해 보였던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해 줄 수가 없다.
아... 안타깝다.

*** ***

이 분에 대해서 내가 다시 보게 되었던 일은,
역시 선수협 파동에서 였다.
늘 연봉협상으로 많은 기사에 오르내리실 때,.
"이기적"이란 수식어를 항상 달고 다니셨던 분이라,
선수협의회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적극적이고, 진정성을 보이시는 그 모습에서,
(당시의 선수협이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송진우 / 최동원 등 최고의 선수들이
처우가 좋지 못했던 후배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훌륭한 선수 최동원에서 멋진 부산 싸나이 최동원으로 다시 보이게 되었다.

(끝내 구단주들의 농간에 의한 대표 선수 트레이드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되셨고,
트레이드 후에는 별 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시고 은퇴하신다.)

*** *** ***

한화팬인 나에게 최동원 감독님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2군 감독을 하시던 시절, 한화 2군의 별명은 "2군 실미도"였다.

1군에서 조금 좋지 못한 활약을 하던 선수들이,
2군만 갔다 오면 펄펄 날아다니는 통에 팬들이 붙여준 이름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 시기가 한화가 좋은 성적을 냈던 가장 마지막 시기이다.
(비록 후반기의 말도 안되는 연패로 5위로 마감했지만...)
암 판정을 받으시고 감독직을 은퇴하신 2009년은
한화가 창단이래 꼴찌를 한 첫 해인 것 또한 공교롭다.

당시엔 최동원의 한화 이글스와 선동렬의 삼성 라이온스가
플레이오프에서 한 판 붙으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감독님의 사임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 *** ***

고인에게 할 수 있는 것이
고작 담배 한 가치가 탈 동안의 묵념하는 것과,
이런 뻘글이나 쓰는 것이 안타까울 뿐..

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 *** *** *** ***
고 최동원 감독의 마지막 인터뷰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bo&ctg=news&mod=read&office_id=295&article_id=0000000637


고 최동원 감독의 2군 감독 시절 인터뷰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baseball&ctg=news&mod=read&office_id=109&article_id=000197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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