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has come.


낮이 밤이 되고 밤이 다시 낮이 되듯,
자연스레 봄이 와 버렸어.


그런데,
날이 따뜻해진다고, 낮이 점점 길어진다고,
두꺼운 옷 입고 전철타면 이마에 땀 난다고,
봄이 오는 건 아닌 것 같아.
옷장에 쌓여 있는 두툼한 스웨터들 마냥
아직 춥고 외로운 겨울은 꿈적도 안 하고 있거든.


읽고 있는 책들을 모두 물리학같은 딱딱한 책들로 바꿨는데도,
아직도 맘 속엔 몰캉한 예쁜 말들만 떠오르고,
글을 쓰면 허공에 쏘는 산탄총이 과녁을 맞추지 못해서 아주 지랄을 하고 있어.


다시 말하지만,
네가 와야 봄이야.


드러내고 이렇게 아플 바에야,

차라리
끝까지 모른 척 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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