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리스트

도대체.
읽어갈 수록, 움베르트 에코 양반은 어디서 이런 잉여력을 내는 지 궁금하게 만드는 조낸 신기한 책이다. <잉여력=남는 시간+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이하자면, 분은 기발한 상상력에 대단한 강점이 있으신 . 교수질 하는 것만으로도 짬내기가 만만치 않을텐데허허.

이탈리아 작가의 책을 달랑 읽어 놓고, 이탈리아의 문학을 밭하는(논할 수는 없지 않은가. -_-) 만행을 저지르자면, 양반들 쓴다. Text라는 문화를 오래 전부터 즐겨온 티가 팍팍 난다. 어흥 부럽.

잠깐 딴데로 샜지만, 암튼 제목으로 돌아와서, 지가 알고 있는 문학 작품, 혹은 문화 잉여물로부터 기억나는 list 모두 뽑고, 세계의 명화로 짤방을 붙인 후에 궁극의 리스트 이름을 붙여서 책을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경이롭다. List 실용적/문학적, 유한/무한, 확장적/비확장적 등으로 나누고, 그들을 예시하며, 어울리는 짤방을 붙이는 것을, 어찌 보면 세계적인 기호학자인 에코 외에는 못할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암튼 기발하고 웃긴다.

읽는 중에 재미있는 list 하나 소개하자면,

프랑수아 라블레(이런 인간이 있었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1532~1534, 이런 책이 있었나 부다…)
1 13 [그랑구지에는 어떻게 닦는 법의 발명에서 가르강튀아의 놀라운 지적 능력을 알게 되었는가] 나오는 아래의 list이다.
(아래 중 Bold list인데, 수고롭게도 내가 했다. -_-)


다섯 살이 되어갈 무렵, 그랑구지에는 카나리아 군대를 격퇴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 가르강튀아를 보러 갔다.
자신에게 그와 같은 자식이 있는 것에 아버지로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맛보고는, 아들에게 키스하고 껴안으며 여러 가지 사소하고 실없는 질문을 그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아들과 시녀들과 함께 실컷 마시면서, 그녀들에게 무엇보다 아이를 청결하고 깨끗하게 돌보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이 말에 가르강튀아는 특별한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나라 전체에서 자기보다 깨끗한 소년은 없다고 대답했다.
어떻게 했는데?” 그랑구지에가 물었다.

- 저는 (가르강튀아가 대답했다.) 오랜 세심한 실험 끝에 전에 본 적이 없는 가장 고상하고, 귀족적이고, 탁월하고 효과적인 엉덩이 닦는 방법을 발명했어요.
- 어떤 것인데? 그랑구지에가 물었다.
- 지금 (가르강튀아가 말했다.) 말씀 드릴께요.

한번은 어떤 아가씨의 비로드 코가리개로 밑을 닦았는데 좋았어요. 그 부드러움이 항문에 굉장한 쾌감을 느끼게 해 주었거든요.
또 한 번은 그 아가씨의 모자로 닦았는데 마찬가지였어요.
다른 한 번은 목수건이었고,
다른 한 번은 진홍빛 새틴 천으로 된 귀덮개였는데 거기에 지랄같이 많이 붙은 지주 달린 금박이 뒤를 모두 긁어 놓았어요.
성 앙투안의 불길이 그것을 만든 보석 세공인과 또 그걸 쓰고 다닌 아가씨의 직장을 모두 태워버리기를!
그 고통은 스위스 용병식으로 깃털을 꽂은 시종의 모자로 뒤를 닦자 사라졌지요.
그러고는 덤불숲 뒤에서 똥을 싸다가 3월에 난 고양이를 발견해서 그 놈으로 뒤를 닦았는데, 발톱으로 회음부 전체를 할퀴어 버렸어요.
다음날 상처가 낫자 잘 접합되지 않은 곳의 향기가 배인 어머니의 장갑으로 뒤를 닦았지요.
그러고는 샐비어, 나도고수, 회향풀, 꽃박하, 장미, 호박잎, 양배추, 근대, 포도나무,
접시꽃, 엉덩이를 빨갛게 만드는 모예화, 상추, 시금치 (이것들은 모두 다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이지요.)
산쪽, 여뀌, 쐐기풀, 컴프리로 뒤를 닦았는데, 이 때문에 롬바르디아의 이질에 걸렸고,
바지 앞주머니로 뒤를 닦고서야 나았지요
(중략)

- 그랬군, 그래. 그런데 (그랑구지에가 물었다.) 너는 어떤 밑씻개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 거냐?
- 다 돼가요. (가르강튀아가 대답했다.) 곧 끝까지 모두 아시게 될 거예요.
전 건초, , 대마, 털뭉치, 양털, 종이로 뒤를 닦았지요. 그러나,

더러운 엉덩이를 종이로 닦는 자는 언제나 불알에 유혹을 남기게 되니.
(하략)

… (중략과 하략도 내가 거다. 실제론 많은 리스트가...)

내가 옮겨 쓰고도 웃음이 나오는 어이없는 리스트는 에코가 뽑은 리스트의 범주 중에 바로크 시대의 과잉 표현한 리스트인데 과연 잉여스럽다. -_-
( 회사에 최근 비데가 설치된 이유가 유혹을 남기지 않도록 것은 아니겠지… -_-)


책을 읽고 후에, 나도 list 하나 작성할까 하는 생각이 불쑥 솟는다.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오르지만, 중에서 회사 잉여 리스트 제일 댕기는
공식적인 직함과 대외적인 job description 있음에도 불구하고, output 은 도대체 알수 없는 인간들과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인간의 job description 모호한 인간들의 기준을 정하고, 중의 best 추려서 1:1 인터뷰로 마무리할까 하는데, 몸이 바빠서 어렵다. 잉여 리스트는 잉여일 만들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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