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긴 밤을 어떻게 날려버릴 것인가. Summer night play-lis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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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 닥치고 들어보자. Wind on the coastline - Depapepe  http://youtu.be/FGvyl8Y84fg (Wind on the coastline이 수록된 "One" album 자켓 커버.  앨범 자켓속의 아이가 말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그대, 닥치고 들으셈. ) 사실, 이번 posting 역시 기관지염으로 고생하는 둘째 녀석 덕분에 강제로 낮밤이 바뀐 김에 올리게 되는 터여서, 눈꺼풀도 무겁고 하여 artist들의 소개 따위는 간단히 skip...하려 했지만, 하던 버릇 개 주겠는가...하는 김에 몇 마디만 해 보자. 2002년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일본에서 결성, 2~3년의 Indi-scene, 2005년 Major데뷔하여 주기적으로시원한 hit를 계속 날리고 있는 기타 듀오, 데파페페는 듣는 이에게 "이렇게 깔끔하고 시원한 기타소리를 내는 게 대단하다."란 생각과 동시에 "이런 기타 듀오가 꾸준히 음반을 내고 활동할 수 있는 일본 음반 scene이 부럽군."이라는 평가가 터지게 만드는 밴드다. (나만 그랬다면... 할 수 없다.) 이 전에도 Gontiti라는 걸출한 기타 듀오가 일본에 있었서리 (물론 지금도 활동하고 계신다.) 그 분들의 장르가 "클래식" (뭐, 정확히는 월드뮤직이라고 하자.) 이라는 점을 들어, "클래식 기타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라고 애써 넘겼다가도, 그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포크 기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데파페페를 보면서, 다양한 장르의 실력있는 뮤지션이 배양되고 받아들여지는 일본 음반 Scene이 부러워진다는... Indi-band로 활동하던 시절 발표한 -이 후에 지들 앨범에서 또 한 번 remake하는- 데파페페의 대표곡 Sky!Sky!Sky!나 메이져 데뷔 싱글인 Summer parade도 좋지만... 시원한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간결한 스

돼지국밥 만들기!!

아래의 포스팅은 물뚝심송 님의 블로그 포스팅 중, 돼지국밥 만들기 - 눈팅삼매 라는 글을 블로그의 주인장 물뚝심송님의 허락 하에 그대로 옮겼습니다. 아래에 표시한 링크를 문지르시면 원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urutukus.blogspot.kr/2012/12/blog-post_4906.html 표현 중 본 블로그의 품위를 생각하여 제가 수정한 '글자'는 RED & BOLD 하였습니다. 5월엔 posting도 못하고, 6월도 술 처먹느라 그냥 저냥 지나가고 있는데, 완전 눈끌리는 포스팅을 찾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beginning of quote-- 재료 (국물용 뼈와  수육용 고기와 내장.) 1. 사골 16개(돼지 두 마리 분량) 돼지국밥용 뼈는 사골만 쓴다.  사골이란 용어가 적합한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골은 뼈중에 제일 굵은 종아리뼈와 허벅지 뼈를 말한다. 통상 돼지국밥집에선 이 사골 외에는 안 쓴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소뼈는 끓이면 끓일 수록 뼈에 있는 칼슘질이 녹아서 국물이 뽀얗게 된다. 곰탕을 끓여보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첫번째 끓인 곰탕 보다는 재탕한 국물이 색깔은 더 뽀얗더라는 걸 경험하셨을 거다. 반면에 돼지뼈는 소뼈와 달리 일정한 한계치를 넘어서면  뼈 가운데있는 피를 만드는 역활을 한다는 붉은 부분이 녹아서 국물에 붉은 빛을 띄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돼지뼈는 24시간 이상 끓이지 않는다.  둘째, 위에서 말한 이유로 사골 보다는 상대적으로 얇은 잡뼈를 섞어 넣으면 끓일 수 있는 한계치가 달라져서 굵은 사골에 맞추면 가늘은 잡뼈에서 붉은 색이 나오고, 잡뼈에 맞추자니 사골이 덜 우려나기 때문에 속시원히 사골만 사용하는 것이지 사골이 더 맛잇다는 증거는 없다. 두 번째 이유의 본질은 돼지뼈는 가격이 무지 싸다는 거다. 잡뼈를 섞어봐야 1-2천원 절감효과도 안되면서 만들기만 좋 같아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말씀드리

4월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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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급격한 독서량 감소로 인한 스토리 input량의 부족을 몇 편의 영화들로 대신 채우게 된 4월. 그 "대신 채워진 story"들을 그냥 쭉 나열해 보자. <용의자 X> (이렇게 포스터를 찍고 용의자X라고 하면, 마치 류승범이 범인같지 않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 "용의자X의 헌신"을 영화화 하면서 제목에서 "의 헌신"을 뺀 이 영화는, 내용상으로는 동명 영화의 주인공인 천재이자 꽃미남인 유카와 마나부를 삭제하고 그 자리에 주연급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한 (조진웅씨에겐 죄송합니다. 얼굴에 악감정은 없어요.) 마스크의 형사 민범을 앉히면서, 스토리의 초점을 천재 물리학자의 추리에서 도시락집 아줌마와 옆집 수학 선생님의 러브스토리로 옮겨 버렸다. 극중 내내 불만족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던 이요원님은 마지막의 오열하는 장면에서 모든 부진을 날려 버렸다. 극중 내내 어색하게 수학 선생 역할을 한 류승범씨에게 마지막 수감되는 장면에서 몸에 잘 맞는 수트를 입힌 것은 더욱 더 그를 수학 선생과는 안 어울리게 만들고 말았다. <장고, 분노의 추격자> (Django의 D는 묵음이다. 발음하면 D진다.) 원제는 Django, Unchained.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경쾌하지만 잔인한 액션이 변함없이 빛나지만, 손가락이 다 뭉그러져서 권총을 더 이상 잡을 수가 없을 때, 끌고 다니던 관에서 개틀링 건을 꺼내 악당들을 학살하는 원작의 장면이 어떻게 되살아날 지 궁금했던 나에겐 약간 실망스러운 영화. 유일하게 안도한 부분은 지가 만든 영화에 나오기 좋아하는 감독이 역시 단역으로 나온다는 점. 아내를 구출하고 자리를 떠나는 ending이 왠지 식상해서, 후속편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하게 됐다는... 영화를 보고나니, 왠지 모르게 우주보안관 장고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야참

밤 열 한 시. 집안 불을 모두 끄고, 스탠드만 달랑 켜고, 맥주를 하나 까고,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고, 맥주가 비어가고, 담배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탐정 소설을 읽는데 담배가 없으면 무슨 맛... 집 밖 계단으로 나와 담배를 물고 희미하게 올라가는 연기를 보자니, 그 연기가 흩어 가리려 하고 있는, 하지만 그 뒤에서 광기를 휘두르며 밝게 빛나는 보름달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이 대보름이구나. 멀리 사거리의 신호등 색깔이 시간에 맞춰 몇 번 바뀌고, 타 들어간 담배 끝은 쓸데없이.... 배고프다. --- 생라면을 스프에 찍어먹으려고 찬장을 뒤지는데, 서울와 직장 생활 시작하고 혼자 살때 거의 매일 저녁 밥 대신 소주와 순대와 생라면 먹던 게 생각나서 울컥 감성이 터진다. 중3때 치유했다고 자부한 중2병마져 다시 돋는 이 밤에 그 딴 걸 먹을 수야 없지. 냉장고를 뒤져 보니 유통기한이 1년 지난 카레 가루가 있다. 우리집 냉장고에는 이런 게 많아서 가끔은 발효음식 저장 전문 장독대 같다는 생각도 든다. 카레는 발효되지 않고 곰팡이가 피거나 썩는 거겠지만, 암튼 일단 저 카레 가루를 내 뱃 속으로 치우자. 감자를 하나 까서 썰고, 그저께 먹다 남은 삼겹살 구워 놓은 걸 가위로 좀 작게 잘라서 감자와 같이 후라이팬에 넣고, 후추로만 밑간을 해서 가스 불 위에 얹었다. 감자가 겉만 대충 익을 즈음에 양파와 마늘, 고추 썰어 둔 것을 넣고 잠깐 뒤적인 후 물과 우유를 넣고 끓였다. 보글보글 끓을 때 카레 가루를 풀고, 가스 불을 조금 줄이고, 유통기간이 6개월 지난 치즈 가루를 많이 넣으면 먹고 죽을까봐 조금만 뿌린 뒤 나무 수저로 휘휘 저었다. 물이 쫄아 들기를 기다리면서 식빵에 마가린을 발라 전자렌지에 잠깐 돌리고 맥주를 한 캔 더 따서 목구멍에 부었다. --- 카레는 적당히 쫄아서 끈적이고, 빵은 아직 따듯하고. 빵을 뜯어 카레에 찍어서 몇 번 먹는 동안 배가 불러 버렸다. 음식을 만

사무라 히로아키 - 무한의 주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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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 소개하는 블로그가 되는 것 같아 좀 그렇긴 하지만, 이번 posting도 소재가 만화입니다. 그것도 또 일본 만화죠. 언젠가는 제가 하고 싶은 다른 얘기를 하고 있겠지만서도, 아무튼 요새는 그렇습니다. 1. 무한의 주인 (불사의 몸을 갖는 바람에 무한히 죽어야 하는 무한의 주인, Title role 만지.) 일본 시대극의 대부분이 에도시대인걸 감안하면, 이 만화 역시 진부한 시대 설정입니다.  만화 안에서의 직접적인 언급이야 없습니다만, 지리적 배경이 에도이고, 공권력의 이름은 막부라고 언급이 되고, 전란 이후의 방황하는 무사들의 모습들이 주된 motive이며, 크리스찬을 고문하던 등장 인물이 나오는 걸 봐서 의심할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덕천가강'의 '에도 막부' 가 시간적 배경 되겠습니다. 우리의 주인공 만지씨는 호기롭게 백 명의 관리를 죽인 사내로 등장합니다. 등장 직후, 만지씨는 한 노파에게 혈선충(血仙蟲)을 얻게 되는데, 이 기생충이 상처가 난 몸을 즉시 수리를 해 버리는 바람에 머리가 몸통에서 분리되지 않는 한 죽지 않는 이상한 몸이 되어 버립니다. 혈선충을 준 노파는 '일도류'라는 신생 유파에 의해 도장 격파를 당한 무천일류 사범의 딸인 린에게, 도장 격파를 당하는 순간 자신의 눈 앞에서 무참히 살해되고 유린된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만지씨를 고용하도록 하여 두 명의 주인공을 이어주면서 사라지고, 그 후 본격적인 린(그리고 만지)의 복수를 위한 여행을 그린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쓰고 나니 시대 설정 뿐만 아니라 시놉시스까지도 진부하군요. 불사의 몸이라는 걸 빼면 그닥 새로울 것도 없어 보이고요. 만화는 칼싸움으로 시작해서 칼싸움으로 끝납니다. 중간에 총이나 수리검을 쓰는 등장 인물들도 가끔 나오긴 하지만 일단 90%는 칼싸움입니다. 헐. (요새 다섯 살 된 울 아들내미가 이 말을 잘 씁니다. 이걸 말려야 할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진부한

For my record (부제 : Transporter)

지난 주에 술자리를 갖었던 게 3번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세 번의 술자리에서 일관되게 마지막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자리까지 있었고, 그 세 번의 술자리 모두에서 꽐라된 사람을 집까지 혹은 역까지 데려다 줬다. 다시 말해, 난 지난 주에 세 명의 꽐라를 치웠다. 세 번의 기회에서 미션을 모두 성공했으니 타율로 치면 10할이고 방어율로 치면 0.00이다. (추운 날씨와 각자의 주사를 이기고 해낸 기록이니 참으로 대견하다 못해 영광스러운 기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별거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과 내가 친분 이외에는 아무런 이해 관계가 없음을 생각할 때 아, 내가 이렇게 착한 새끼였구나 하고 다시 한 번 깨달은 바, 이런 건 화이트 홀 저편의 하늘나라 생명책에 기록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되지만, 혹시 그딴 게 없을 지도 모르므로 일단 내 블로그에 적어 기록을 남겨 둔다. 세 명의 술꾼을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둔 나에게 2월 넷째 주의 트랜스포터 상을 수여하며, 이번 주엔 내가 먼저 꽐라가 되어 내 옆에 누군가를 끼고 집까지 실려가는 역사가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하는 마음으로, end of posting.

(3)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 - 붉은 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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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붉은 여단 ( Brigate Rosse) - 헌터 X 헌터라는 만화가 있습죠. 토가시 요시히로라는 작가의 작품입니다. 아직 연재 중이어서 대강의 줄거리를 말씀드릴 생각은 없구요. 찾아서 읽어보시길 권하고 싶구요. 한 때 일본 주간 만화 잡지를 들었다가 놓은 유유백서의 작가가 그리고 있는 만화라는 정도만 말하고 싶구요. 만일 누군가와 곤과 키르아, 키메라 앤트, 넨 능력 따위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된다면 한 나절 정도는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 만화를 읽다 보면, 환영여단 (幻影旅團) 이라는 친구들이 나옵니다.                   (각각의 이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왼쪽 상단의 이마에 십자가를 박은 친구가 리더, 클로로.) 지들끼리 돌아다니며 못된 짓 하는 놈들인데, 얘네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머리 아픈 일이니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다른 Blog들을 조금만 찾아보시면 오덕들이 개별 단원의 능력치를  리스트하고 쟤네랑 누구랑 싸우면 어떻게 되는 지에 대한 덕질들을 차고 넘치게 잘 해놔서 굳이 제가 덧붙일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네요. (이 포스트는 Hunter pedia라는 site를 많이 참조 했습니다.) 나쁜 놈들인 주제에 이 만화 안에서 꽤 인기가 있는 캐릭터들이라는 것 정도만 말씀 드리죠.  제가 만화를 읽어가면서 궁금했던 건, 13명의 쌈 잘하는 친구들을 모아서 저자는 왜 하필 " 여단 "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였는데요, (幻影旅團에서 환영은 환상할 때 '환'에 그림자 '영'을 붙여서 Ghost 혹은 Phantom이란 뜻이니 뭐 지들이 신출귀몰하다 그런 의미겠죠.) 여단은 군대용어로 대대보다 조금 크고 연대보다 조금 작은 단위를 부르는 말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겨우 13명으로 여단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는 게 어색했거든요. wiki를 통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 본 결과로는, 일반적으로 사단의 하위 개념으로 연

가재걸음

칠십 넘은, 움베르토 에코 할아버지가 쓴 가재걸음이라는 책을, 고등학교때 신문 논설에 형광펜 그어 가면서 읽듯이 읽었다. 연배와 학식이 잘 어울리는 세상의 "선배"를 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내 나이 칠십엔, PC방에서 바둑 두면서 나보다 하수가 대국신청을 해 오길 하염없이 기다리며 담배를 축낼 지, 상대방의 발컨을 비웃으며 나의 마린들로 적들의 해처리들을 조지고 있을 지 (거의 반대의 경우가 될 확률이 높다), 똥글, 뻘글로 점철된 내 블로그에서 댓글들로 키워를 뜨고 있을 지 (이건 현재로서는 거의 실현 가망성이 없다...) 모르겠다만, 바둑방에서, 배틀넷에서, 그리고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누구 한 명에게라도 "당신에게 배울 게 있군요."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사실, 연배와 학식이 잘 어울리도록 세상을 사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다. 만일 세상이 제 걸음으로 가지 못하고 가재마냥 거꾸로 가고 있을 땐, 그러한 선배로서 사는 것이 더욱 가치가 있을 것이고.

Aberdeen Angu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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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가블린과 드람뷔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어서 강한 향이 나지만, 목넘김은 '너무'라고 할 정도로 부드럽다.  단맛과 쓴맛이 둘 다 강하지만 묘하게 균형을 이루어 혀 전체에 퍼지는 느낌이다. 혀끝의 느낌은 위스키인데 목 뒤로 넘어간 후 코로 넘어오는 향은 아까 바텐더가 말한 피트향과 허브향이 올라와서 묘한 느낌이다. 이런 술이 있었나?? - 이런 술이 있었나요? 이름이 뭐라구요? - Aberdeen Angus 입니다. 맘에 드시나요? - 오호... 이건 정말 맛나네요. 추운데 몸이 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 - 맘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느낌이 어떠신가요? - 강한 것 같은데도 부드럽고... 달달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쌉사름(?) 하네요... - 지금은 봄이지만 날씨는 겨울 날씨여서 더욱 잘 어울리는 술이죠. 여름에는 얼음을 한 조각만 넣어서 약간 차갑게 드시기도 하구요. 바텐더는 내가 술이 맘에 들어 한다는 게 영 좋은 모양인지 좀 전 보다  표정이 밝다. 설명하는 말의 속도도 조금은 빨라진 듯. - 아까 말씀 드린 대로 드람뷔라는 리큐르가 주된 베이스이긴 합니다만, 이 칵테일의 맛을 정하는 친구는 이 라가불린 이라는 놈입니다. - 스코틀랜드의 아일라 섬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숙성되는 놈들 중에서 강한 피트향과 여운이 긴 피니쉬로 유명한 친구입니다. 12년이 보통인 다른 몰트 위스키 친구들과는 다르게 16년 숙성이 스탠다드 제품입니다. 물론 12년 숙성으로 나오는 친구도 있는데... Cask Strength로 나오고 있어서 일반에서 그닥 선호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독립된 Distillery에서 나오는 친구이니 21년, 25년, 30년 등등의 Distiller's Edition이 나오긴 합니다... 이 아저씨가 도대체 무슨 말씀을 지껄이는 지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는다만, 들어보니 뭐 좋은 술이겠지... - 아, 죄송합니다. 제가 좀 많이 앞서 나간 것 같습니다. 제가

재활

1.  2012년 6월에 다친 허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남은 2012년을 반병신 비슷하게 살아왔다. 2013년은 멀쩡한 성인으로 살고 싶어서, 회사 옆 체육관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1월 한 달을 다 보낸 오늘은, 쑤시는 팔 다리와 시도 때도 없이 내려오는 눈꺼풀을 정상인 허리를 향해 갈 때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서, 다가올 2월의 활기찬 허리만 생각하기로 했다. 2. 2012년 말엔, 나 외의 다른 병신 같은 놈이 존나 카리스마 있는 이상한 병신 같은 짓을 한 관계로, 그렇지 않아도 병맛인 회사 생활이 좀 더 상큼한 병맛이 되어 버렸다. 매일 출근하면 책상 뒷꼭지에서 희미하게 생선 썩은 냄새 같은 게 나는 기분이다. 이 드러운 기분에서 재활하기 위해 기타를 치고 싶은데 허리 재활 하느라 시간이 없다. 몸 재활을 위해 마음 재활을 잠시 미뤄야 하는게 슬플 따름. 3.  지하철을 탔을 때 잠깐 유리창에 비춰진 내 얼굴을 보거나, 길 가다가 건물의 유리창에 드러난 내 전신을 볼 때, 아 썅, 진심으로 못생긴 얼굴에 겁나서 고개를 돌려 버릴 때가 있다. 어머님, 사랑합니다. 이 얼굴로 장가간 건, 제가 잘 났기 때문이겠지요. 마눌에게 물어보니, 결혼식 전에 엄마가 쟤 얼굴은 A/S 안된다고 못 박으셨다면서요. 아직 이혼 안 당한건 어머님의 혜안 때문이겠지요. 4.  운동 끝나고 집에 가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장모님이 끓여 놓고 가신 미역국이 한솥으로 있어서 룰루랄라 밥을 말아 먹었는데 내 혀가 고장났는지, 비주얼로 전혀 이상한 점이 없는 미역국의 그 맛이 참 신박하다. 40년 가까이 미역국을 먹어 왔지만 (이 문장만 따로 떼어 놓고 보니, 40년 가까이 어떤 시험에서 떨어져 온 것 같다.), 이런 상콤하기 이를 데 없어 당장 뱉어 버리고 싶은 맛은 경험하지 못했었다. 어찌된 일인지 마눌님께 여쭤보니, 장모님께서 미역국 간을 맞추실 때 국간장 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