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Stain, Philip R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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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의 영화 주인공인 Anthony Hopkins 보다 저자 자신이 Coleman Silk와 더 닮아 보이는 건 나만 그런가?) 1. 농담 소설의 시작부터 Spook라는 단어의 등장과 함께 괜찮았던 주인공의 인생이 쇠락하는 모습이 밀란 쿤데라의 "농담"에서 주인공 루드빅이 메모지에 남긴 농담으로 인해 나락으로 가던 것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고, 후반부에 실제 밀란 쿤데라의 이름이 소설 내에서 여러 번 언급되다 보니, 이거 뭔가 있겠구나 싶었다.  소설을 모두 읽은 후 두 작가의 이름을 붙여서 검색을 해 보니 첫번째로 검색된 것이 바로,  http://www.kundera.de/english/Info-Point/Interview_Roth/interview_roth.html 필립 로스가 밀란 쿤데라를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인터뷰도  전체적으로 아주 쌈박한데, 그 첫 대화만 인용하면, PR: Do you think the destruction of the world is coming soon? MK: That depends on what you mean by the word "soon." PR: Tomorrow or the day after. MK: The feeling that the world is rushing to ruin is an ancient one. PR: So then we have nothing to worry about. 만나자 마자 물어본 첫 질문이 "세상이 곧 망할 것으로 생각하세요?".  거 참 재밌는 양반들이 아닐 수 없다. 2. 안쏘니 홉킨스 소설의 화자 (보통은 작가 자신으로 해석되는) 네이썬이 묘사한 주인공 콜먼 실크의 모습은 이렇다. -- 유태인치고는 코가 작은 편이라 턱 쪽에 무게감이 실리는 얼굴이었고, 사람들이 백인으로 착각하는 피부색이 옅은 흑인에게서 느낄 수 있는 살짝 모호한 분위기의 누르스름한 피부에 머리가 곱슬인 유태인이었다 -- 아래는 같은 제목의 영화 중 한

2016 부고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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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에이사에서 20여년 전 (정확히는 1989년) 출시한 삼국지2라는 게임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러했었다면 좋겠다. 한참 좋아할 당시엔 적게는 서너 시간, 많게는 열 시간 이상 즐긴 플레이를 그냥 끝내기가 아쉬워서, 잠들기 직전에 데이터를 세이브하고는 컴퓨터가 나 대신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을 이불 속에서 지켜본 적도 적지 않았다. 강성하게 키워 놓은 내 나라, 전투력 90이상의 무장과 사기와 훈련을 100으로 꽉 채운 내 병력이 중원을 제패하는 일은 내가 아닌 컴퓨터가 하더라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모니터가 보이는 곳에 편 이부자리 속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이런 화면이 나오면 '에이...'라는 말을 넘기게 이불을 뒤집어 썼었다. <천하 통일의 꿈은 물거품으로. > (정확한 데이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컴퓨터에게 맡긴 통일의 역사는, 260년 쯤 이후엔 아무런 이유 없이 자연사하는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서기 290년 정도가 되면 게임 내에 새로운 무장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1 general / 1 province의 조건을 채우지 못한 흰색의 땅이 점차 늘어나면서 채워지지 않은 여백으로만 남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삼국지 2에 저장된 인물 데이터는 고작 300여명이다보니 계속해서 인물들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에디터를 사용하면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이 조금 더 늘어나고, 삼국지 2 이후에 버전에서는 등록된 무장 데이터가 더 늘었다고 하지만, 무한 루프로 무장이 생성되지는 않는다.) <'당신이 이 그림을 보았다면, 당신의 무장을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게임 상의 연도가 260년이 넘어가면 이 그림, 숱하게 보게 된다. > 이제 설날까지 지나서 완전히 져버린 2016년은 나에게 저 '서기 290년' 같은 기분의 해였다. 현실에서 전투력 90 / 지력 90 / 매력 90

(6)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이 있지. - 교고쿠 나츠히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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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이 있지 ! (이번에 느낌표다!) 경극하언 (京極夏彦) - 1 <'나요. 경극하언.' 기모노에 오토바이 손꾸락 장갑. 일단 범상치 않다.> 아직 이 양반에 대한 나의 덕질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고, 작금 내 주위의 사태들을 봐서는 덕질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살아 있는 사람을 숭앙하는 글을 쓰는 것도 내 성미에 안 맞는 것이긴 하지만, 이 양반에 대해선 뭔가 써 둬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나의 핵심목표는 올해 꼭 써야하는 것은 이것이다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러한 마음으로 써 보자. 당신네들, 추리 소설 좋아들 하시나?  이런 류의 질문에는 대충 "뭐, 옛날에는 좀 읽었지만 지금은 잘...."정도로 답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하지만 너님이 추리소설을 잘 좋아하시던 그렇지 않으시던, 베이커가의 매부리코 뽕쟁이 셜록 홈즈와 그의 Elementary-Dear-Friends, 왓슨 정도야 알고 계시리라 확신한다. (사실 요 "Elementary, my dear Watson." 은 셜록이 지 친구를 살짝 깔보면서 뱉는 대사로 이제는 아무때나 쓰이는 경구가 될 만큼 유명하지만, 실제 소설에서 셜록이 이런 대사를 친 적이 없는 게 함정이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인 주홍색 연구는 의사 양반인 왓슨이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부상으로 돌아와서 옛 친구를 찾아 가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의 화자이자, 사건을 바라보는 객체로 존재하는 이 두번째 주인공은 사실상 코난 도일 자신이다. 에딘버러에서 개업의를 하던 코난 도일은 장사가 안 되서 시간이 남아 돌자, 글 덕질을 시작하는데, 그 덕질의 결과물이 이름하여 <A study in Scarlet, 주홍색 연구>, 이 후 계속되는 글들이

Drinks for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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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술을 소개 합니다. 차갑고 투명한 얼음에 탄산수나 소다와 같이 즐기던 하이볼 글라스 술들은, 지나간 여름과 함께 잠깐 잊어봅시다. 두 눈에만 담아 두기 아까운 파란 하늘과 함께 즐길 수도, 낮 동안의 시름을 강하게 부정하고 싶은 깊은 밤에 즐길 수도 있는 '가을 술'들이 있으니까요. (여름 술 이후에 오랜만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Red Eye                                                  Photo via  Hummingbirdshill.com '충혈된 눈'이라는 뜻의 이 칵테일은  이름같이 벌건 눈으로 일어난 아침에 해장술로 먹기에도, 볕 좋은 휴일에 야외 테라스에서 갓 구워 나온 버거와 함께 먹기에도, '난 오늘 이 밤을 찢으며 놀테다'라며 각오를 다지면서 먹기에도 좋습니다. 단, 그 때 마다 레시피는 조금씩 바꿔가면서 말이죠. 오리지날 레시피로 만들자면, 보드카를 비어 글라스에 1 oz 정도를 붓고, 토마토 주스와 맥주로 필업합니다. 토마토 주스 맛이 강해서 술 맛을 가릴 수 있으니, "아, 난 오늘 술 좀 세게 먹어야겠다.' 싶으시면 보드카를 조금 더 넣으셔도 됩니다. 토마토 주스와 맥주는 보통은 1:2 비율로 합니다만, 이 역시 너님의 취향에 맡겨도 됩니다. 토마토 주스가 풍미를 살려 주고 맥주는 부드러운 맛으로 다가오고 보드카로 흥겨워지는 술이죠. 토마토 주스 덕에 한 잔을 다 마시고 나면 배도 든든해 지는데, 이것도 부족해서 여기에 다방에서 먹던 쌍화차마냥 계란을 노른자만 퐁당 빠뜨려서 먹기도 합니다. (계란 노른자를 빠뜨려서 먹을 때는 절대 저어서 서빙하지 않습니다. 노른자를 꿀꺽 삼켜 먹어야지, 노른자가 풀어져서 술에 섞여버리면 맛이 영 비린 게 별로 입니다.) 저 계란 노른자를 "눈동자"에 비유해서 'Red Eye에는 노른자가 있어야 진리'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Becky Ham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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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팬들에게 7월은 재미없고 심심한 달이다. 경기의 질에 대한 논란은 차지하고, 우선은 아는 이름들과 낯익은 얼굴들이 나와 아기자기하게 게임을 해 가는 KBL은 프로야구 개막 전인 3월에 어떻게든 끝이 나고, (이번 시즌에도 시즌을 빨리 마무리하기 위한 낮 경기 논란 등이 있었다.) 천조국 흑형/백형/(아주 가끔이지만) 동양 큰 형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코트 위에 수 놓아 지는 NBA도 6월이면 래리 오 브라이언 챔피언컵이 들어 올려지며, (사족으로... 그리고 글이 흐트러지는 걸 감수하고라도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커리 VS 르브론의 이번 시즌 파이널보다는 아담 실버 총재의 코멘트 그대로 ‘농구가 얼마나 아름다운 팀 스포츠인지 보여줬던 2013-2014 Final series가 더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흠.) 농구 좀 본다는 친구들이나 관심 있게 지켜 보는 NBA 신인 드래프트도 6월 말이면 끝나기 때문에 7월엔 농구 관련한 큰 뉴스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그러던 중, 올해는 신기하게도 재미난 소식을 7월 초에 접하게 되었으니, 그 소식은 바로… Becky Hammon to be first female head coach in summer league <사진과 기사 링크의 출처는 ESPN 입니다. 짤방의 플레이 버튼을 백날 클릭하셔도 동영상은 재생되지 않습니다. 보고 싶으시면 링크타고 가세요.> 오옷, 이게 뭐냐… - 사실 요 몇 줄 안 되는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우선 NBA summer league란 정식 NBA 리그가 끝나고 진행되는 캠프같은 리그로, 새로 계약한 루키 혹은 2년차들이나, FA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이라고 쓰고 사실상 퇴물이라고 읽어도 무방한 늙은이들.) 들이 다음 시즌의 자신의 위치 혹은 다음 시즌의 계약에서 자신이 건재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뛰는 하계 수련회 같은 리그를 말한다. 2000년대 초반에 시작해서 지금은 Las Vegas 등 3개 정

(5)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 - Pro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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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of 중학생 정도가 되었거나,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면 한 번은 들어봄 직한 영어,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잘 알 지도 모르는 말인 Proof에 대한 얘기 되겠다. "증명하다"인 prove에서 나온 단어 아니냐고? 누가 아니래냐. 조금만 참아 보시라. 뭔가 재밌는게 나올지도 모른다. British English dictionary에서 Proof를 검색해 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너들 읽기 쉬우라고 색칠도 Bold도 내가 해 줬다.) Proof :  / pruːf / noun   1. any   evidence   that   establishes   or   helps   to   establish   the   truth,   validity, quality,   etc,   of   something 2. ( law )  the   whole   body   of   evidence   upon   which   the   verdict   of   a   court   is based 3. ( maths ,  logic )  a   sequence   of   steps   or   statements   that   establishes   the truth   of   a   proposition   See   also   direct   (sense   17),   induction   (sense   4), induction   (sense   8) 4. the   act   of   testing   the   truth   of   something   (esp   in   the   phrase   put   to   the proof ) 5. ( Scots   law )  trial   before   a   judge   without   a   jury 6. ( printing )  a   trial   impres

무당거미의 이치 - 京極夏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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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감상을 아래와 같이 밝힌다. "2014년 난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그 동안 많은 것을 잃었다." 무당거미의 이치 - 京極夏彦 (교고쿠 나쓰히코 혹은 나츠히꼬. 뭐든 상관 없다.) 원래 "알아도 별 도움은 안 되지만, 가끔은 재밌는 것들이 있지"의 시리즈로 경극하언 선생에 대한 얘기를 풀어볼 예정이었으나, 이런 놀라운 작품은 따로 떼어 포스팅을 해야 마땅하다. (교고쿠 나츠히꼬에 대한 긴 얘기를 쓰기 귀찮아서 그러는 건 아니...) 작가 본인이야 백귀야행 시리즈라고 줄기차게 주장하나, 다들(심지어 출판사 조차도) 교고쿠도 시리즈로 알고 있는 일련의 작품 중 5번째, "무당 거미의 이치"는 그간 (혹은 최소한) 한국에 정발되어 세간에 알려진 작품 중에 최고로 뽑을만 하다. 최소한 나에게만은 그렇다. 2004년 교고쿠도 시리즈의 첫 작품을 접했을 때 느꼈던 긴박함/새로움(두 느낌을 줄이면 신박함인가?)/아찔함/이 새 작품이 나올 때마다 사인커브 (우부메의 여름이 빅히트였으니 코사인 커브인가?) 를 그리면서 변하다가, 이 책에 이르러서 커브의 최고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책을 열자마자 추젠지로 의심되는 검은 옷의 남자와 "거미"로 지칭되는 여자의 대화가 나오는 걸 보고, "아, 이 양반 추리력의 약발이 떨어지니 이젠 시간 구성을 꼬았나?"란 의문이 들었으나... 마지막까지 다 읽은 후엔 "죄송합니다, 센세. 제가 감히 당신을 의심했습니다."란 말이 나오고야 말았다. (실제로 조용한 방에서 무릎을 꿇고 조아릴 뻔 했다.) 추리력이 떨어지기는 개뿔, 이전의 작품들에서도 빛났던 미스테리를 이어가는 힘은 계속 찬란하게 빛을 발했고, 망량의 상자 이후로 자주 사용하던 두 가지 사건의 병행 및 교차 구성, 사건이 사건 밖으로 튀어나오는 액자 구성은 더욱

봄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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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지럽고 원치않는 빠름을 강요 당할 때에는, 뜨는 해와 지는 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한적한 곳에서 빈둥거리면서, 커피나 팬케이크 따위만 입에 물고 하루 종일 노래나 듣고 책이나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새 날이 갑자기 따듯해지면서 그런 생각이 더 자주 드네요. 묶인 몸은 그대로 두고, 고막과 세반고리관과 청신경만이라도 그런 휴가를 보내 봅시다. 고문이 될 지, 휴식이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Fire and Soul - Cranberries http://youtu.be/r5sSEi3JovI (이제 댁들도 늙었구랴. 특히 돌로레스 오라이어던 누님은...) 90년대 중반에 Dreams / Ode to my family / Linger 등으로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아이리쉬 밴드인 크랜베리스는 2003년에 해체하고 멤버들 각자 살 길 찾아 살다가, 2009년에 다시 모여 재결합하고 유럽 / 미국 투어를 시작, 2012년에는 새 앨범을 떡하고 내어 놓는데, 지금 소개하는 Fire and Soul이 그 앨범(Rose)에 수록된 곡입니다. 느낌은 1994년의 크랜베리스로 완전히 돌아온 느낌이네요. 오래된 연식이 묻어나는 외모와는 반대로, 돌로레스 누님의 목소리는 하나도 늙지 않았고 마이크 호건의 기타 리프 느낌도 친숙합니다. 몽환적인 가사나 의미없는 허밍같은 후렴구도 변하지 않았네요. (1996년 한국의 주주클럽이라는 밴드가 지금 말한 '의미없는 허밍같은 후렴구'와 기타 리프, 돌로레스의 창법을 그대로 따라한 적이 있었죠. 표절 시비 이후 지금은 뭐 하는 지 모르겠지만.) 듣다 보면... I'll take you to my grave. 널 영원히 기다릴거야, 널 내 무덤으로 데려갈꺼야... 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게 연인의 속삭임인지, 지옥에서 기다리는 악마의 독백인지 헷갈립니다. 왠지 전체적인 느낌이나 돌로레스 아줌마의 목소리로 판단하자면 후자겠죠. 아마. (세일러 마스의